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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상벨'까지 강제하는 항공 규제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소음 부담금 부과·부품 관세 등

불필요한 규제 항공사에 부담만

국제표준 맞춘 합리적 개선 필요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글로벌 항공 업계의 전무후무한 위협이었던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엔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항공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 항공사들 간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급격히 변화하는 항공 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기존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자국 항공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도 대한민국의 제1 관문인 인천공항 확장 공사를 비롯해 항공사들도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들을 앞다퉈 도입하며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뿐만 아니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비약이 눈부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정부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선 몇몇 불합리한 규제들의 개선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현재 대한민국 국적사들은 항공기를 새로 도입할 때 ‘비상벨’이라는 것을 예외 없이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 비상벨 강제 설치 규정은 1969년 항공기 납북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제도다. 당시 조종실 출입 및 보안 장치가 부실했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기내 바깥의 상황을 조종실에 알리기 위해서 국내에만 의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종실 출입문은 모두 방탄문으로 강화돼고 조종실 출입 절차도 엄격해졌다. 더욱이 유사시 항공기에 이미 설치된 인터폰으로 조종실에 비상 연락을 할 수 있는 ‘경보(Alert)’ 기능이 완벽히 탑재돼 예전 비상벨의 기능은 대폭 사라졌다. 현실적으로 전 세계 90% 이상의 항공사들이 인터폰의 비상 연락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항공기 소음 부담금 부과 체계도 마찬가지다. 소음 부담금이란 항공기 소음 피해를 받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용 재원 확보를 위해 항공사에 부과하는 비용이다. 문제는 부과 기준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소음 부담금은 항공기 공항 착륙료의 30% 범위 내에서 일괄 연계한 후 항공기 소음 값 크기를 기준으로 등급별 요율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국제적으로 소음 부담금을 항공기 착륙료와 연계하는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 소음 등급도 소음 값의 크기가 아닌 항공기 수송 능력 차이를 감안한 소음 등급 분류를 사용한다. 국제적 표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문제도 현재 대한민국 항공 업계의 첨예한 이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항공 선진국 33개국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의 민간항공기교역협정(TCA)에 가입돼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항공기교역협정 가입 시 경쟁국들이 국내 민간 부품 업체에 지급하는 정부 보조금 등을 불공정 무역장벽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반대하지만 이 역시 우물 안 개구리식의 규제일 뿐이다. 한국항공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항공 업계의 연간 소요 부품 품목은 약 3만 2000개, 거래 업체는 약 750개다. 현재 관세법을 통해 면세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말부터 차차 감면제도가 축소돼 완전히 폐지되는 2029년부터는 오히려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항공 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다. 항공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고스란히 국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급변하는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우리 항공사들이 빛나는 활약을 응원하며 정부의 국제표준을 감안한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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