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사용 중인 호출기가 동시에 폭발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폭발은 이스라엘이 사전에 폭발물을 설치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주요 서방국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 기업의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으로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고,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
이스라엘은 또한 무선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가 무선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에 따른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손이나 얼굴, 복부를 다쳤으며 손가락을 잃거나 두 눈을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었다.
폭발 당시 영상을 본 보안 전문가들도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단순한 기기 이상이 아닌 폭발물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앞서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테러 이후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도청이나 위치 추적을 피하겠다는 목적으로 무선호출기 사용을 늘렸다. 특히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고 폐기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헤즈볼라가 대량으로 무선호출기를 주문하자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를 역이용해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무선호출기 3000대 이상을 주문했으며 레바논 전역의 조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 등 동맹국에도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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