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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폭력 위험 수위 넘었다…11월 대선 이후도 안심 못해

■ 트럼프 두번째 암살시도

두달만에 총격에 "이젠 뉴노멀"

NYT "내전으로 확산 두려움"

트럼프 대선 승복 약속 안해

'1·6사태' 되풀이 가능성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플린트의 도트파이낸셜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 이후 미국의 정치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해 벌어진 의회 폭동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데 이어 이듬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에 대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고 올해에만 대선 후보에 대한 두 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다.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불리던 미국에서 정치 폭력이 ‘뉴노멀’로 굳어지며 11월 대선 이후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17일(현지 시간) 전 세계 정치 전문가들과 미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에 대한 두 번의 암살 시도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글로벌 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5일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의 트럼프인터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두 번째 암살 시도를 모면했다.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첫 번째 암살 시도가 이뤄진 지 불과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정치에 입문한 뒤 9년 동안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인식은 분열되고 예측할 수 없는 국가로 바뀌었다”면서 “두 번의 암살 시도로 폭력적 혼란이 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도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미국 정치에 끊임없이 드리우는 폭력의 그림자를 말해주며 이는 손쉬운 총기 접근으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위 행정부 관료에 대한 암살 시도가 수십 년간 한 번도 없었던 가운데 올해는 충격적인 현실이 다시 살아났다”며 “대통령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은 역대 46명의 대통령 중 11명이 암살 표적이 됐고 이 가운데 존 F 케네디 등 4명이 사망하는 등 정치인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빈번하게 발생한 국가였다. 바버라 페리 버지니아대 대통령학 교수는 “미국에는 정치적 폭력의 흐름이 있고 주기적으로 이것이 암살 시도 등으로 폭발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흐름을 탔고 급류 속에 있다”고 진단했다.

미 대선이 초박빙 양상으로 치닫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에 난입했던 1·6 폭동 사태와 같은 상황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반복해왔으며 11월 대선 결과에 대한 승복 약속도 하지 않았다.

미국 경찰이 15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틴카운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용의자로 지목된 라이언 웨슬리 루스를 체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암살 시도의 ‘책임론’을 둘러싼 대선 주자 간 대립은 격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암살 시도범)는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의 레토릭(트럼프에 대한 표현)을 믿었다”며 “그리고 그는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지칭하는 바이든·해리스의 발언이 자신에 대한 암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대결에도 날이 바짝 섰다. 보수 단체인 터닝포인트USA의 창업자인 찰리 커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들은 트럼프를 계속 죽이려 할 것”이라며 “우리가 11월에 승리해야만 이를 멈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진보 성향의 잡지인 뉴퍼블릭은 최근 표지에 트럼프를 아돌프 히틀러로 묘사하면서 그의 두 번째 임기는 폭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결국 세계 질서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에서 보듯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지위는 이미 약화됐으며 미 정치권이 자랑하던 대외 정책에서의 ‘초당파주의’도 예전 같지 않다. 니카라과의 야당 대선 후보였던 펠릭스 마라디아가는 “전 세계가 (미국을) 지켜보고 있는데 위험수위가 이 정도로 높았던 적이 없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민주주의 악화에 의심할 여지 없이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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