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처음 맞은 명절 연휴,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지난해 4분기보다 400명 이상 줄었지만 예년보다 내원 환자가 20% 이상 줄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하며 의료진과 국민들의 협조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일평균 2만 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의 3만 9911명, 올해 설 연휴의 3만 6996명 대비 20% 이상 줄었다”며 “응급의료 체계가 당초 우려에 비해서는 큰 혼란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증 환자는 소폭 줄었지만 경증 환자가 지난해 추석 2만 6003명, 올해 설 2만 3647명에서 이번 추석 연휴 1만 6157명으로 30% 이상 줄었다. 조 장관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체계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실 참모진 회의에서 “현장의 어려움과 불편이 없지는 않았지만 현장을 지켜준 의료진과 구급대원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며 “의료진 종사자의 헌신과 무엇보다도 큰 병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며 불편을 감내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며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를) 더 많이 지원하고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추석 연휴 기간인 14~17일 진료를 유지한 의료기관은 일평균 9781곳으로 당초 예상치인 8954곳보다 827곳 늘었다. 추석 당일인 17일에는 올해 설 연휴 대비 약 600곳 늘어난 2223곳이 문을 열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여파로 추석 연휴 응급실에서 근무한 의사는 17일 기준 1865명으로 지난해 4분기(2300명) 대비 약 400명 줄었다. 조 장관은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전공의 이탈로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별로는 필요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여러 곳을 전전한 응급 환자들이 일부 나타나 어려움을 겪었다. 16일 오후에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가족과 말다툼하던 60대 남성이 자해로 복부에 크기 30㎝, 깊이 1㎝의 자상을 입어 119구급대가 4시간 10분 만에 천안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15일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50대 남성이 90㎞ 떨어진 전북 전주에서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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