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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은 美, 이젠 고용 잡는다…파월 “경제 흐름에 뒤쳐지지 않겠다”

[막오른 금리인하 시대] 美 금리 0.5%P 전격 인하

파월, 경기침체 임박 해석 우려

"고용시장 여전히 양호" 거듭 강조

추가 인하속도 불확실성 커지자

뉴욕증시·국채금리 시장 '출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연준 사옥에서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초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4.3%로 튀어 올랐다. 월가 안팎에서는 연준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체해 고용 붕괴와 경기 침체의 위험이 커진다는, 이른바 ‘정책 실기(behind the curve)’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연준은 18일(현지 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통상적인 조정 폭보다 큰 0.5%포인트의 ‘빅컷’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빅컷 배경에 대해 “통화정책이 (경제 흐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유가 고용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도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보다 고용시장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우리가 취한 입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기존 조치로 고용시장이 식었고 이는 우리의 입장을 바꿀 때가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2% 목표로 지속 가능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시장은 여전히 양호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0.5%포인트의 인하가 자칫 경기 침체 임박 신호로 읽혀 시장이 혼란에 빠질까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는 “고용시장은 견고한 상태”라며 “이번 결정의 의도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재 경제에서 경기 하강의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하는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침체 가능성이 줄고 미국의 중립금리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시중금리가 팬데믹 이전 제로금리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수조 달러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고 중립금리가 마이너스일 수 있었던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은 너무 멀리 왔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이날 연준의 결정과 기자회견을 두고 ‘선제적 조치’이자 ‘매파적 빅컷’이라고 평가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는 “파월 의장은 이날 결정이 위기에 따른 인하가 아니라 매우 제약적인 수준의 통화정책을 정상 수준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이는 위험관리 차원의 빅컷이기 때문에 다음 금리 인하 속도는 이번만큼 빠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선물시장은 올해 남은 두 차례의 FOMC에서 모두 금리를 인하하고 이 중 한 차례는 추가 빅컷을 단행할 확률(47.7%)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인하를 보고 이것이 연준의 새로운 (정책 조정) 속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 나온 점도표의 금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연준은 이날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현재보다 0.5%포인트 낮은 4.4%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말까지 각 회의마다 0.25%포인트씩만 인하한다는 의미다. 매파적 빅컷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셸 보먼 이사가 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FOMC에서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은 것은 2022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아닌 연준 이사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사례는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둘러싼 내부 이견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금융시장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장 예상만큼 크고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출렁거렸다. 이날 연준의 발표 직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모두 하락해 마감했다. 기준금리 변동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1.3bp(bp=0.01%포인트) 올라 3.628%에 마감했으며 10년물 국채도 4.6bp오른 3.705%를 기록했다. 달러는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0.89에서 0.3% 하락한 100.6에 마감했다. 다만 연준 발표 직후 100.38까지 내렸지만 이후 트레이더들이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에 주목하면서 낙폭이 줄었다.

이날 증시 하락에는 침체 우려가 녹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글AI의 주세페 세테는 “큰 폭의 금리 인하와 강한 경제 전망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빅컷이 단순한 리스크 관리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약세를 고려할 때 이번 50bp 인하는 올바른 결정”이라며 “연준이 연착륙을 전망한다면 이번 결정으로 실제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점도표는 골디락스 경제를 전망했다. 이날 경제 전망에서 연준의 올해 말 실업률 전망은 기존 4.0%에서 4.4%로 높아졌지만 파월 의장은 “여러 해를 돌아보면 4%대 초반의 실업률은 정말 좋은 노동시장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앞으로 4년간 2.0% 수준으로 미국의 잠재성장률(1.8%)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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