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인 심우정 제46대 신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6기)이 19일 취임식을 열고 “범죄 수사는 외부 영향이나 치우침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강력·마약·보이스피싱 등 민생 범죄 처리가 최근 길어지는 데 대해 형사부 인력과 조직을 대폭 키우겠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신속하고 정밀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검찰 수사는 믿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민생 범죄 대응에 주력하면서 직접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범죄·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 마약 범죄부터 딥페이크 영상물 범죄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및 성폭력 범죄를 비롯해 ‘사이버레커’의 악성, 허위 콘텐츠.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나날이 교묘해지는 민생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민생 범죄 처리가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형사부 조직을 키우겠다고 했다. 심 총장은 “민생 범죄의 최전선에 있는 형사부 인력과 조직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을 키워 부패범죄·경제범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은 헌법과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패 범죄,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제 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고 짚었다. 동시에 검찰의 직접 수사는 검찰의 수사가 꼭 필요한 곳에 한정돼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심 총장은 “일선의 의견을 직접 듣고 토론해 개선 방안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다듬어져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인권보호의 중요성도 짚어 “국민의 기본권 보호는 검찰 업무의 시작이자 끝이며 기본 원칙”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배려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 제도 하나, 서식 하나, 글자 크기 하나부터 다시 점검하자”고 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과 마찬가지로 수사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 등 정치적인 사건 처분 향방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 전 총장은 디올백 사건과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취업 의혹 등 주요 사건 처리를 두고 수사팀과 일부 갈등이나 이견이 있었던 만큼 심 총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커지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은 김 여사 대면조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하며 보고를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을 질책한 바 있다. 또 문 전 대통령 계좌 추적 등도 시간을 끌다가 최근에서야 승인해 늑장 조사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검찰 내외부에서 나오고 있다.
심 총장은 당장 이달 24일 열리는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결과를 받아보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문 전 대통령 사위의 대가성 취업 의혹 수사도 조만간 딸 다혜 씨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해 또다시 정치적인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한편 심 총장은 이날 취임식 전에 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정신을 받들어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국민의 검찰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적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