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만나 24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건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본계약의 변수로 떠오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에 대해 “굳건한 한미 동맹의 기조 아래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며 갈등이 조율됐음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코 프라하의 대통령궁(프라하성)에서 파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순방 목적을 ‘원전 수주 본계약 굳히기’로 설정한 만큼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에게 한국 원전 기술의 강점과 범정부적 지원 의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신규 원전은 양국 경제의 동반 발전과 에너지 협력의 이정표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 (3월) 최종 계약 체결까지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최종 계약의 걸림돌로 거론된 미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양국 원자력 협력의 필요성에 관해 충분한 공감대가 있다”며 한미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체코 기자의 질문에 “한국과 미국 기업간 원만한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며 “UAE(아랍에미레이트) 바라카 원전 때처럼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원전 사업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양국 기업 간 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올 7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자 선정 경쟁에서 ‘팀 코리아’에 밀린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사가 특허권을 가진 원자로 설계 기술을 활용했고 이를 허락 없이 수출할 수 없다며 지적재산권(IP) 분쟁을 제기한 바 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두코바니 원전은 계약이 체결되면 설계 시공 모든 절차에 있어 체코와 함께 할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 개발 뿐 아니라 원전 인력 양성 문제까지 함께 협력, 그야 말로 원자력 동맹이라는 것이 구축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내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체결 1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협력의 지평을 첨단산업과 교통 인프라 등 미래 성장 동력 분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 육성, 에너지 안보 확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를 확대할 것”이라며 “제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첨단기술과 응용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 동반 성장의 기반을 함께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체코의 4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양국의 접점이 늘어나는 가운데 개방형 경제구조를 갖춘 체코는 한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을 위한 전략적 기지로도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적 군사협력이 글로벌 정세의 중대한 위협임을 확인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은 “인태 지역의 안보와 유럽의 안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서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은 국제무대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무모하고 비상식적인 도발을 통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외교부 장관 명의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개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양 외교부가 협력 독려·지지한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재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양국 기업들이 사업 정보 공유, 투자 공동 유치 등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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