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방송 등 현지 매체들이 최근 2026년 이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연내 합의를 타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아 한국 언론의 주목을 집중시켰다.
CNN 방송은 관련 사안에 정통한 미국 전현직 당국자 4명을 인용해 “한미 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에 대비해 새 협정을 굳혀놔야 한다는 시급함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의 의지(commitment)가 협상을 타결로 이끌 수 있다”며 양국 간 빠른 합의 가능이 높다고 관측했다.
특히 이전 협상 당시의 ‘소란’(tumult)을 고려할 때 올해 말까지 협상을 완결하는데 대한 시급성은 한국 측에 더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언급된 소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작해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마무리된 제11차 SMA 협상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합의를 서두를 경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 측과 소통하고 있지만, 일부 당국자들은 지금 합의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시 그의 비판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CNN은 전했다.
SMA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규정하는 협정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SMA를 통해 한미는 1991년부터 인건비, 군수지원 및 군사건설 비용 등 일부 비용을 한국이 부담토록 협의하고 주기적으로 분담금 규모를 정하는 협상을 해 왔다.
가장 직전인 2021년에 2020∼2025년 6개년간 적용되는 11차 SMA가 타결됐다. 이 때 정해진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 대비 13.9% 오른 1조1833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 증가율은 역대 최고였던 2002년 5차 협정의 25.7% 이래 가장 높다. 아울러 2025년까지 분담금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함께 인상하기로 했다.
과거 8차(2009∼2013년)와 9차(2014∼2018) 협정 때는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간 인상률이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저물가 시대에는 연간 인상율이 1% 안팎에서, 고물가가 되더라도 상한선을 둬 분담금 급증을 막는 장치를 뒀지만 11차 협상에선 사라졌다.
내년도 국방비 증가율(3.6%)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1조 4000억 원 초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직전 11차 협상과 도일하게 첫해 인상률(13.9%)을 적용한다면 1조 6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보통 5년 단위로 협상이 유지돼 만약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 대선 전에 타결되고 비준까지 된다면 2030년까지 이어진다.
주목할 점은 한국이 주도하는 주한미군의 비용을 우리의 국방비에서 매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1조 4000억 원으로 가정하면, 내년도 61조 5000억 원 규모인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기준(2023년 1.7조 달러)으로 따지면 약 0.06% 수준이다. 특히 방위비분담금은 1991년 첫 지원 이후 지금까지 13배 정도 늘었는데, 같은 시기 국방비 증가폭(약 6배)의 두 배에 넘어 한국의 부담 비중이 가중되고 게 현실이다.
이처럼 적지 않은 규모로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2만8000명) 1명에게 지원되는 규모로 따지면, 한 해에 5300만 원 가량을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간접 비용까지 고려하면 주한미군 1명에게 지원하는 규모는 더욱 커진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관계자는 “방위비분담금(미군주둔경비지원금)을 비롯해 각종 세금 면제, 토지공여 등 직·간접 지원 비용을 더할 경우 최소 2조 원 수준으로 이럴 경우엔 주한미군 1명당 7000만 원이 넘는 지원을 하는 것”이고 밝혔다.
독일이나 일본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과 비교해도 우리의 분담 정도는 최고 수준이라는 시각도 있다.
2020∼2025년 6개년간 적용되는 11차 SMA가 체결된 2021년 기준으로 일본은 19억 달러, 한국은 8.5억 달러, 독일은 6억 달러 수준에서 분담 중이다. 규모 면으로 보면 일본, 한국, 독일 순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 지표인 GDP 대비 분담금 비중을 적용하면 한국은 가장 많다. 한국은 0.057%로, 일본의 0.037%, 독일의 0.027% 보다 높다. 경제력 대비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미군의 주둔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과 맞춰 인상된다는 규정이 적용이 되면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비교해도 훨씬 수준이다. GDP 대비 국방비 수준은 한국의 경우 2.3%로, 1%대 수준인 일본과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아 분담금 증가 폭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2021년 11차 SMA 체결 당시 분담금 상승률을 국방비 증가와 연동하도록 합의한 것이 결국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1991년 최초 방위비 분담을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지원 규모는 13배 정도 늘었지만, 같은 기간에 주한미군 규모는 4만 여 명에서 지속 감소해 현재 2만 8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해마다 미군의 첨단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런 탓에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한국의 국방력이 증가하고 전시작전통제권까지 넘겨받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향후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오히려 분담금이 증가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