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과 전세사기 피해 구제 등 서민들의 주거 지원을 위한 부동산 정책금융이 증가하면서 이들 공공기관의 부채 부담이 불어나고 있는 탓이다.
22일 LH가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4~2028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LH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매입임대주택 등 정책 사업 확대에 따라 지난해 이후 자금 지출이 심화되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본 확충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영구채로 분류된다. 또 조기상환권(콜옵션)도 발행사에 부여돼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 주택도시기금 출자금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대환하거나 정부 등을 상대로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채 비율을 낮춰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외부 차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현재 LH의 금융부채는 2019년 93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117조 1000억 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자를 부담하는 이자부부채 역시 같은 기간 65조 9000억 원에서 88조 3000억 원으로 늘었다. LH는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올해 말 공사채 잔액(토지보상채권 포함)을 52조 897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잔액이 42조 8867억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순발행 규모만 9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 대응을 전담하는 HUG도 연내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전세보증 여력을 확보하기 자본금 확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상 HUG의 보증 배수는 자본금의 90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HUG의 대위변제액이 늘면서 자본금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HUG는 올해 당기순이익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조 8324억 원 적자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책대출과 공적보증을 합한 부동산 관련 정책금융 규모는 2015년 229조 원에서 지난해 701조 원으로 세 배 이상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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