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과 라이더컵은 세계 골프의 양대 격년제 골프 대항전이지만 둘의 위상은 차이가 크다. 미국과 유럽의 대결인 라이더컵이 97년 역사를 자랑하는 반면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외)의 싸움인 프레지던츠컵은 1994년에야 시작됐다. 세계 골프의 양대 축이 미국과 유럽이니 라이더컵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선수 면면도 더 화려해 인기가 월등히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라이더컵이 다소 뻔해진 사이 프레지던츠컵의 ‘분발’은 조용하지만 뚜렷하다. 15회째인 올해 대회는 그래서 더 시선을 잡아당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23일(이하 한국 시간) “최근 10년간 손에 땀을 쥐게 한 대회가 라이더컵은 한 번이었던 데 반해 프레지던츠컵은 두 번 이상이었다. 20년 후에는 두 대회의 위상이 바뀔지도 모른다”면서 “LIV 골프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는 올해 인터내셔널팀은 좀 힘들겠지만 큰 누수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 선수들이 계속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전적은 12승 1무 1패로 미국의 일방적인 우세지만 내용 면에서 접전이 잦아지고 있다. 2015년 한국 대회의 승부는 마지막 매치, 마지막 홀에서 결정될 정도로 치열했다. 2019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불과 2점 차로 졌다. 홈팀이 거의 늘 압도하는 라이더컵은 그에 비하면 좀 단조롭다고 볼 수도 있다.
올해 대회는 26일부터 나흘간 캐나다 퀘벡주 로열 몬트리올GC에서 열린다. 인터내셔널팀 전체 12명 중 4명이 한국 국적(임성재·김주형·안병훈·김시우)이고 한국계로 범위를 넓히면 호주 교포 이민우까지 5명이다. 임성재와 김주형, 안병훈은 세계 랭킹으로, 김시우는 단장(마이크 위어) 추천으로 뽑혔다. 코리안 브러더스 4인방은 26년 만에 인터내셔널에 승리를 안길 팀의 간판이다. 임성재와 김주형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각각 2승, 3승을 올린 스타급 선수이고 세계 34위인 안병훈은 올 들어 랭킹을 26계단이나 끌어올린 핫 플레이어다. PGA 투어 4승의 김시우는 2022년 대회에서 미국팀 간판 저스틴 토머스를 꺾고 포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인터내셔널팀 전체에서 가장 많은 승점 3을 책임졌다. 김시우는 2017·2022년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출전이다. 역시 세 번째 참가인 임성재는 2019년과 2022년 대회를 뛰었다. 2022년 대회 때 미국 매체는 선수별 ‘학점’을 매겼는데 김시우는 A를 받았다. 클러치 퍼트와 함께 관중과의 멋진 호흡을 선보인 김주형이 A+였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제이슨 데이(호주), 홈 코스의 코리 코너스(캐나다) 등이 K브러더스와 함께 인터내셔널팀을 이끌고 11번째 출전인 베테랑 애덤 스콧(호주)은 팀의 중심을 잡는다. 미국은 스코티 셰플러, 잰더 쇼플리, 콜린 모리카와, 윈덤 클라크, 패트릭 캔틀레이 등이 힘을 모은 드림팀이다. 1년 전 라이더컵 패배의 아쉬움을 프레지던츠컵 10연승으로 덜어내려 한다.
투어 7승과 올림픽 금메달로 역대급 시즌을 마크한 셰플러는 대회 첫 승리를 벼르고 있다. 2022년 대회에 처음 출전한 셰플러는 1무 3패로 고개 숙였었다. 통산 4승 무패의 맥스 호마, 6승 3패씩을 작성한 쇼플리와 캔틀레이 등이 미국의 필승 카드다.
로열 몬트리올은 2007년 대회를 개최했던 곳이다. 인터내셔널팀은 당시 5점 차로 졌지만 마지막 날 위어가 타이거 우즈를 잡는 등 싱글 매치에서 7대5의 우위로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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