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1주일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의 중심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면서 양측 간 전선은 날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지 일간 하레츠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3일(현지 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레바논을 급습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가리 소장은 이스라엘군이 현재 레바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헤즈볼라와 관련된 목표물들에 대한 광범위한 정밀 폭격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레바논 남부 베가밸리 등 국경에서 100㎞ 떨어진 중동부 바알베크 등지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목격됐다고 레바논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가리 소장은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전역에 광범위하게 뿌리 박힌 테러(시설 등의) 목표물들을 (더욱)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이번 공습은 전날의 폭격보다 중요하며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수십 차례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와 동부에서 300여곳의 헤즈볼라 시설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레바논 보건부를 인용해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여성과 어린이·의료진 등 최소 100명이 숨지고 4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튿날인 지난해 10월 8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시작된 후 하루 인명 피해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 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며 레바논 시민들에게 헤즈볼라와 거리를 두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에 대응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인근에 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인 100발 이상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날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이슬람저항군(IRI)도 가세해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요르단 계곡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저항의 축이 연대해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전쟁을 이끌어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들은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신와르의 사망설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언론인 벤 카스피트는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당국이 군 정보에 따라 신와르의 사망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와르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스피트는 “과거에도 그가 사라졌고 우리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나타난 적도 있다”며 그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측이 하마스를 교란시키기 위해 고의로 퍼뜨린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신와르의 사망설, 부상설, 이집트 시나이반도 도피설 등이 흘러나왔지만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최대 온라인 뉴스 채널인 왈라뉴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를 인용해 “(정부는) 신와르가 살아 있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언론인 바락 라비드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모든 것은 최근 몇 주 동안 신와르가 연락이 두절된 사실에 근거한 희망과 추측”이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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