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사태 후속 조치로 경영 혁신 방안이 마련된 지 10개월 만에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되지만 금고 이사장에 대한 견제 장치가 빠지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개별 금고를 책임지는 경영자의 장기 집권을 막는 중임제 도입(최대 2회로 제한) 내용이 법안에서 제외되면서 혁신 동력이 저하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개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내년 3월 처음 동시선거로 진행되는 이사장 선거 통제장치 마련도 어려워졌다.
2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주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지난주까지 이 의원을 포함해 16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개정안은 이르면 24일 발의된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추진되는 법안으로 지난해 11월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새마을금고 경영 혁신 방안이 대부분 담긴다. △중앙회 경영대표이사 도입 및 전문경영체제 전환 △회원의 해임청구권 및 대표소송제 신설 △중앙회장 4년 단임제 도입 △중앙회장 밑에 있는 금고감독위원회 소속을 중앙회로 변경 △금고 상근이사 성과평가제도 도입 △상근감사 의무 선임 △적기 시정 조치 미이행 시 임직원 제재 처분 근거 규정 등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치솟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까지 발생하자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지난해 8월 경영혁신자문위원회를 꾸렸다. 새마을금고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중앙회장에 집중된 권한, 타 상호금융권 대비 느슨한 규제, 개별 금고에 대한 관리 통제장치 미비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새마을금고 관리 감독 기능의 거의 발휘되지 않았고 뱅크런이나 편법 또는 부실 대출이 있어도 감독 기관이나 중앙회가 개별 금고 임직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권한도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중앙회장에 집중된 권한을 축소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중앙회장 권한 축소와 독립성 제고 방안이 다수 담겼지만 정작 이사장 중임제 도입은 제외됐다. 중앙회장 단임제와 함께 중앙회·금고의 지배구조 개혁 핵심 방안으로 꼽힌 이사장 중임제 전환이 법안에서 빠지면서 벌써부터 정치권이 표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독 기관의 관리 부실과 함께 개별 이사장의 장기 집권 문제가 새마을금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각 이사장이 금고 이사장이 임기 4년에 2회에 한정해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새마을금고법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어서다. 12년간 이사장 지위를 유지하다가 후임 이사장의 임기 만료 후 선거에 출마해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편법을 쓰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투표로 중앙회장을 뽑기 때문에 중앙회장은 투표권을 의식해 개별 금고 관리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중앙회장의 방치 속에 새마을금고가 사금고화되고 직장 내 갑질, 채용 비리, 성추행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달 초 야당(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에서 임기 4년 중임제를 도입하고 퇴임 이사장은 임원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자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핵심 내용들이 여야 법안으로 쪼개지면서 개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대 국회 때도 25개 개정안이 발의되고도 여야가 전문경영인 도입과 중앙회장 단임제 전환을 따로 추진한 결과 법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심사 소위에서 개정안을 한 번에 논의하기 때문에 주요 내용을 하나로 병합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추진할 수는 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이사장들의 로비와 압박에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지역에서 입김이 크다 보니 중앙회장도 이사장 눈치를 보고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견제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새마을금고 관리 감독 문제가 계속 제기됐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3월 5일 새마을금고 최초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이사장 동시선거를 실시하지만 법 개정이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견제 장치 마련도 힘들어졌다. 이미 선거 절차가 시작돼 이사장 중임제 도입 법안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내년 선거에 적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사장의 임기만료일 전 180일인 이달 21일까지 각 금고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 신청을 마쳐버려서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7월 회원의 선거권·의결권 행사 자격 보유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려 선거권 행사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이 법안도 내년 3월 선거 때는 무의미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미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에 이사장 중임제나 회원 자격 요건 강화는 이번 선거에 적용하기 어려워졌지만 관련 법안이 연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