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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되나요?" 분초 다투는 뇌졸중, 골든타임 멀어지는 이유

대한뇌졸중학회, 21일 KSN 2024 개최

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사업 운영현황 공유

뇌졸중센터 부족한데 지침도 현실과 괴리 커

뇌졸중 안전망 구축되려면 정부 지원 절실

이미지투데이




분초를 다투는 뇌졸중 의심 환자가 119신고 후 병원에 도착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19구급대원이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응급실 방문시간을 되려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제2회 한국 뇌졸중 네트워크(KSN 2024·Korean Stroke Network) 2024’에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네트워크와 인적네트워크 사업 현황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중증 및 응급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송병원을 정하지 못하거나 최초 이송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기반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학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10개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총 954건의 급성기 치료가 이뤄졌다. 그 중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은 471건, 뇌혈관이 갑자기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은 143건이었다.

박희권 인하의대 신경과 교수가 발표 중이다. 사진 제공=대한뇌졸중학회


김대현 동아의대 신경과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현재 뇌졸중 의심 환자가 119신고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이상 소요된 경우가 전체의 65.5%를 차지했다"며 "뇌졸중 의심 환자의 수용 여부를 응급실에서 결정하다보니 이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뇌졸중은 환자를 직접 보고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하기 전까지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에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첫 병원 선택이 중요하다. 첫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병원간 이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그런데 부산경남지역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인 동아대병원조차 뇌졸중 환자의 33.4%가 다른 병원에서 거쳐 내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2015년에 개정된 119 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지침에 '병원 전 뇌졸중 선별검사가 양성인 경우 즉각적인 혈전용해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의 30% 이상에서 24시간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뇌졸중 핫라인을 이용하면 병원 선정시간이 단축될 수 있지만 인력 등의 문제로 이러한 핫라인이 전국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를 확충하는 동시에 표준지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의료 취약지역 중 하나인 강원지역 권역네트워크에는 강원대병원을 중심으로 총 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지만, 119에서 초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어려운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골든타임을 놓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성헌 강원의대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같은 급성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권역센터의 각 전문진료과 의료진이 주도하는 환자분류시스템(triage system)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차재관(왼쪽) KSN 위원장 및 부이사장,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 사진 제공=대한뇌졸중학회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권역센터 기반 네트워크와 함께 진행 중인 전문의 간 인적네트워크형 사업의 경과도 공유됐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치료 받은 환자는 총 295명이다. 발표에 따르면 인적네트워크를 거친 뇌경색 환자의 89%가 적절하게 매칭되어 전원 후 진료를 받았으며 소요시간은 대부분 10분 이내였다. 뇌경색 인적네트워크의 경우 인력난을 무릅쓰고 제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현장 의료진들의 중론이다. 인천지역 뇌경색 인적네트워크의 책임자인 박희권 인하의대 신경과 교수는 "인적네트워크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뇌경색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협력을 지속하고 치료의 질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해당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인력과 시스템 부문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소방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오희석 소방청 구급역량개발팀 과장은 “119 구급대원이 병원 방문 전 연락하는 것은 수용 여부 보다는 병원에 알리는 목적으로 연락을 하는 목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응급실 수락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환자들이 응급실 방문시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소방청은 뇌졸중과 같은 중증응급질환 환자들을 신고 당시부터 조기평가하기 위해 상황실에서부터 환자분류작업을 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해당 사업이 적절하게 실현되어 더 많은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 초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신경과 교수)은 “여러 인적네트워크와 권역심뇌혈관센터 네트워크 사업의 지속과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병원 전단계부터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뇌졸중 치료는 응급실 도착하기 전 119 이송하는 과정부터가 시작이다. 병원 전단계에서 119 구급대와 뇌졸중 의료진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적절한 뇌졸중 센터로 이송돼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학회 역시 한국의 뇌졸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뇌졸중 치료에 참여하는 의료진, 소방청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현재 적절한 뇌졸중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의 뇌졸중센터는 물론 네트워크 사업 지원 비용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권역·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365일 24시간 유지되는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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