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는 전면 유리로 된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시입니다. 송도에 살면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투명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유리창을 닦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충격을 말하지 않은 채 교단에 돌아가서 문학을 가르치기엔 스스로가 못나 보였습니다.”
인천 송도 신도시에 사는 이들의 세속적인 욕망과 상처를 다룬 우신영 작가의 ‘시티-뷰’가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출간됐다. 우 작가는 불과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인천대에서 국어교육과 교수로 교단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그가 돌연 교단에서 내려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일종의 부채감 때문이었다. 그는 “가난, 방화, 살인 등 사회적인 문제를 교육적인 내용으로만 다루는 저를 인식하게 됐다”며 “중년의 교수가 되니 이렇게 죽을 때까지 교단 앞에서만 사회에 대해 발언해야 하는 것일까 회의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책상물림’이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직서를 내고 두 달 간에 걸쳐 쓴 장편 소설의 무대는 인천 송도 신도시다. 그가 7년 넘게 살면서 본 송도는 유연한 과세 전략으로 인해 젊은 사업가들이 굉장히 많고 국제학교를 비롯해 외국대학의 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어 영어로 소통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글로벌한 도시다. 그는 “인천에 사는 분들 중에서도 인천에 대한 애증을 보여주는 사람이 많아 현대 소설의 공간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도 신도시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석진과 시간 당 10만원 이상의 수업료를 받는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수미 부부는 40대의 문턱을 넘어선 중년 부부다. 이들의 삶의 반경이 헬스 트레이너인 주니와 그의 여자친구인 채원과 겹쳐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냈다.
작가는 “서른 다섯 이후에 삶이 어떤 변곡점을 지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쉽게 이루기 어려운 것들 가지게 되고 그러면서도 내가 이룬 것에서 도망가고 싶어하는 때”라고 설명했다. 중년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맺는 게 필요하다는 작가는 “석진이 어린 시절 갖고 있던 상처를 마흔이 됐을 때 마주하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작가도 올해 이제 막 마흔줄에 들어섰다. 그는 “첫 작품은 소설가라는 자의식 없이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지만 이제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싶다”며 “제 또래인 중년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문단에서 ‘준비된 신인’이라 불린다. 교직 생활 10년 만에 쓰기 시작한 소설과 동화로 문단에서 큰 상을 받으면서다. 그는 올해 동화 ‘언제나 다정 죽집’으로 제30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저에게 두 날개에 해당하는 게 소설과 동화”라며 “소설과 동화를 오가며 성과 속의 균형을 잡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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