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저커버그 CEO가 이번 여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이 통화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백악관을 나온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에서 총격을 맞은 직후 그와 통화했다. 저커버그 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사를 표했다. 두 번째 통화는 몇 주 후 이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현장 사진이 페이스북에서 가짜 이미지로 인식돼 삭제되자 저커버그 CEO는 직접 전화해 사과했다.
저커버그 CEO는 저명한 공화당 전략가인 브라이언 베이커를 영입해 보수 언론 및 공화당 관계자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저커버그 CEO가 과거와 같은 선거 기부를 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평소 빈곤·기아·의료·마약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자선 활동을 해온 저커버그 CEO는 2020년 대선 당시 아내와 함께 4억 2000만 달러(약 5580억 원)를 선거 관련 비영리 단체에 기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선거 과정을 돕기 위한 기부였지만 공화당은 이를 ‘저커벅스’로 칭하며 민주당을 돕기 위한 불공정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주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도 확산됐다.
페이스북은 이후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막기 위해 의회로 진격하라고 부추긴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사용을 금지했다. 악연이 쌓인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3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 금지를 추진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금지는) 페이스북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저커버그 CEO를 “얼간이”라고 인신 공격하기도 했다.
한때 사회적 문제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던 저커버그 CEO가 정치 공세에 시달리면서 정치와 거리를 두게 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당파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선 활동 프로그램에 대한 사적 지원을 중단했다. 메타플랫폼 내부에서도 행동주의 문화를 약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저커버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는 아직 관계를 맺지 못했다”며 “한때 진보 정치를 지지했지만 저커버그는 이제는 가능한 정치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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