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국가관광전략회의 확대조정회의’ 자료를 보면 이례적인 것이 눈에 띈다. 자료의 첫 장의 제목은 이렇다. “코로나 이후 방한 관광시장의 회복세가 두드러지나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와의 격차로 관광수지 적자 지속”, “코로나 기간 억눌려 있던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가 코로나 이후 급증하면서 국민의 국내여행 수요를 대체하는 흐름 지속” 등이다.
즉 우리 국민들이 해외 여행을 너무 많이 해서 관광수지가 적자라는 의미다. 이날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2271만 6000명인 반면, 외래 관광객 방한은 1103만 2000명에 불과했다. 무려 1168만 명의 격차가 난다. 이에 따라 관광수지의 경우 해외 관광지출이 249억 7000만 달러고 관광수입이 151억 1000만 달러로, 관광수지는 무려 98억 6000만 달러(약 13조 1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간 여행이 정상화되면서 이런 수치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관광적자가 관광의 성격상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자는 적자다.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으니 방법은 외래 관광객의 방한을 늘리거나 아니면 우리 국민들의 관광 욕구를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만족시킬 수밖에 없는 셈이다. 둘 다 쉽지 않은 과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관계 부처와 시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가진 ‘국가관광전략회의 확대조정회의’의 공개된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 이전 기준) 해외로 출국하는 국민이 연간 2800만 명이고 이들의 지출액이 우리 GDP(국내총생산)의 2%, 약 40조 원 정도”라며 “우리 국민의 여행 수요를 국내여행, 특히 지역(지방)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10월 들어 징검다리 연휴가 겹쳐지면서 혹시 많은 국민들께서 해외여행을 가시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번 가을의 시작은 국내여행으로 문을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앞서 지난 10일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진행된 한일 관광장관 회담에서도 “방일 한국인이 방한 일본인의 3배 규모로 양국 관광교류에 불균형이 존재한다”면서 “양국 교류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양국 간에 정책공조가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이날 국내관광 활성화에 중점을 두면서 ▲ 최대 58만명에게 여행 할인혜택을 주는 ‘여행가는 가을’ 추진 ▲ 축제와 여행을 함께 즐기는 ‘가을 축제여행 100’ 실시 ▲ K컬처 콘텐츠로 방한 관광객의 지역(지방)방문 유도 ▲ 전국 관광수용태세 특별점검 기간 동시 운영 등의 추진계획을 밝혔다.
한편에서는 이런 기대에 역행 하는 분위기도 있다. 예를 들면 출국 부담금 인하다. 정부는 ‘그림자 조세’를 줄인다는 이유로 지난 7월부터 국내 공항·항만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징수하는 출국납부금을 1인당 기존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3000원이나 내렸다. 외국인도 해당 된다지만 훨씬 숫자가 많은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을 더 늘릴 소지가 있다.
정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최근 TV를 틀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해외여행 예능 프로그램들도 국민들의 출국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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