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첨단 강소 반도체 회사인 폴라반도체에 1억 2300만 달러(약 163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추진하는 ‘반도체산업육성법’ 적용의 첫 사례다. 이 회사는 자동차, 방위 시스템, 전기 그리드 등에 필요한 반도체를 생산한다. 그만큼 경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지분은 일본의 전력 반도체사인 산켄전기가 70%, 미국의 센서·아날로그 IC사인 알레그로마이크로시스템스가 30%를 갖고 있다. 미국에 있는 일본 반도체 제조사인 셈이다. 폴라반도체는 앞으로 연방·주 정부 보조금과 민간 투자 등 총 5억 2500만 달러를 투입해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에 있는 반도체 공장의 생산 능력을 2년 내 두 배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2억 3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생산 능력을 키우면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폴라반도체를 외국 업체에서 미국 소유의 상업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법의 골자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회사들에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총 527억 달러를 5년간 지원하는 것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인텔·삼성전자·TSMC 등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이에 상응해 각각 85억 달러, 64억 달러,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특혜’ 논란 등으로 인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꺼린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은 혁신을 가속화하고 투자와 R&D를 강화해야 한다. 인텔이 최근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1등 기업도 경쟁에서 밀리면 생존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중국·일본처럼 당장 전략산업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전기와 물 같은 기반 시설 구축과 인력 양성,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전방위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