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판세가 초박빙으로 흐르면서 차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1월 5일에는 대선과 함께 상원의 3분의 1, 하원 전체를 선출하는 의회 선거도 실시된다. 의회의 지형 변화까지 맞물린 미국의 권력 구도와 그에 따른 경제·안보 전략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우방 동맹이자 수출액의 약 20%를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미 대선 이후의 새로운 글로벌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앞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조지아주 유세 연설에서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을 것”이라며 “트럼프에 투표하면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콕 짚어 미국 제조업 부활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예고한 것이어서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권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동맹에 우호적인 편이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경제 안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방심할 수 없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노동자 위주 무역 정책을 펴고 법인세 인상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우리 기업들이 신경 써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이 25일 주최한 ‘미래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앞으로 거세질 미국의 신보호주의와 미중 갈등, 공급망 불확실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응 전략 수립의 시급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금은 섣부른 예단을 접고 미국 대선 이후 경제 질서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우리의 경제 안보를 굳건히 할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공급망 안정화, 다자무역 체제 회복, 수출 시장·품목 다변화 등으로 글로벌 통상·산업 질서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우리의 제조 기반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투자 활성화와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 혁파와 제도 정비는 필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고 국회가 입법을 뒷받침해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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