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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 유지하자는 현대차 노조 “성과급도 더 달라”

■본지, 설문조사 결과 입수

조합원 중 80%가 개편 원해

올해도 호봉제 폐지는 실패

현대차·기아 본사 전경.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연구·일반직 노동자 10명 중 8명은 현행 임금 체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현행 연공서열식 호봉제는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임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현대차(005380)지부 현장여론조사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임금 체계에 대해 현대차 연구·일반직 노동자 22.8%는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57.4%에 달했다. ‘현 임금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한 노동자는 17.0%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조합원 11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노동자들 대부분은 현행 호봉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직무의 난이도나 위험도, 생산성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게 아니라 연공서열식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현재 구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금 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질문에 노동자 59.4%는 ‘현재와 유사한(호봉제 특성 유지) 별도 임금 체계’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연봉제 15.1%, 직무급제 14.2% 순이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동일 임금 원칙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도 많았다. 지속적인 임금 상승에 더해 추가적인 임금 인상분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금 체계의 구체적인 개선점에 대해 ‘직무의 가치와 직무 성과를 반영해 추가적 임금 인상 기회 부여’를 원한다고 답변한 노동자의 비율이 28.1%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일률적으로 공평하게 보상받는 임금 체계’에 대해서는 11.6%만 응답했다.



현대차는 올해 연구직과 일반직 사원·대리급의 호봉제를 폐지하는 임금 체계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2015년과 지난해에 이은 세 번째 시도였지만 노조의 반발로 교섭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임금 개편안이 적용되면 재직자들이 무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 있으며 임금 책정 기준의 고과 평가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었다. 노사는 7월 임단협을 마무리한 후 정년 연장과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 추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아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일반직 성과 연동 임금 체계’에 대해 합의했다. 일반직 매니저(사원·대리급)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라 매년 기본급 인상분의 최대 두 배까지 차이를 두는 안으로 업계에서는 광의적인 ‘호봉제 완화’ 방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아 노조의 상위기관인 금속노조가 임협 결론에 대해 불승인 결론을 내리는 등 반대했으나 투표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번복은 어렵다는 게 노사 안팎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 노사가 올해 호봉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합의해 현대차도 이후 협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서도 동일 임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협의를 통해 노사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임금 개편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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