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 부르며 따르던 70대 동거남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20대 지적장애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살인, 상해,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 부착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0일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남성 B(70대)씨를 수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고 분이 풀리지 않는다며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2022년 4월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처음 만났으며 당시 A씨는 분노조절장애, B씨는 알코올의존증후근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었다.
지난해 1월 퇴원한 A씨는 본인의 집에서 함께 살자는 B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동거를 시작한 후 B씨에게 한 달여 동안 성행위를 요구 받았다. B씨는 다수의 성범죄 처벌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B씨가 '술을 사달라'거나 '밥을 만들어달라'는 등 심부름과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 상대방을 수 차례 112에 신고했지만 신고 이후에는 매번 화해하고 계속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불만이 쌓여 B씨 살해로 이어진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위험성과 잔혹성 등을 고려하면 중형을 선고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크다"면서도 "살해를 계획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점과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측과 검찰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으나 원심은 A씨가 범행 직전 상황에 대해 상세히 기억하고 있고 행동의 양태와 의미, 피해자의 상태 등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한 점을 들며 심신장애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어 "새로 반영해야 할 양형 사유가 있거나 변경될 사정이 없다"며 "A씨는 성인 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 추후 분노나 적개심이 일어날 경우 또다시 충동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each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