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을 이끌어가는 재계 수장들이 잇따라 새 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으로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5일 사장단 워크숍에서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넘어 세계 최초, 최고의 목표를 세워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역설했다. 단순한 ‘제품 개선’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2024 울산포럼’에서 “20~30년 안에 (제조)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관련 상품을 파는 회사로 바뀔 수도 있다”면서 미래 성장 동력인 AI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쇄신을 예고했다. 앞서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을 강조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6월 미국 출장 중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독려했다.
지금 전 세계는 산업·기술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경제 패권 전쟁 속에 격화하는 신냉전과 공급망 재편, ‘게임체인저’가 된 AI 기술 혁신과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 감축 압력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은 순식간에 도태되고 만다.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던 인텔이 시대 변화에 뒤처져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정부의 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글로벌 입지가 약화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도 변화와 혁신은 생존을 위한 절실한 과제다.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령탑들이 신발끈을 다시 매고 혁신과 도전을 선포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31년 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창조적 파괴’는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이끌며 경제 도약의 불씨를 지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또다시 기업가정신을 재점화해서 재도약해야 할 때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여야는 이제야 국회 심사의 첫발을 뗀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해 국가 전력망 확충 특별법, AI기본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은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신성장 동력 점화로 경제 재도약의 길을 열 수 있도록 민관정이 총력전을 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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