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융단 폭격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서도 북한과 이란의 도움으로 구축한 땅굴 등에 의존해 주요 전력을 보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면전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이 일방적인 승리를 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한차례 전쟁을 치른 이후 레바논 내에 총연장 수백㎞의 거미줄 같은 땅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란과 북한의 도움을 받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땅굴 중 일부는 중장비를 운반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해 압도적 화력을 퍼붓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버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헤즈볼라는 지난달 로켓발사기와 무장대원들을 실은 트럭이 땅굴 내부를 달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노던 애로스'라고 명명한 레바논 내 헤즈볼라 군사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으로 수만 발의 로켓과 미사일 및 미사일 발사대, 드론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지만 헤즈볼라의 고성능 무기 대부분은 땅굴 깊숙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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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헤즈볼라 대원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자 곧바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 역시 땅굴을 이용해 피해를 최소화한데 따른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소속 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레이그는 헤즈볼라의 땅굴 네트워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건설한 것보다 훨씬 튼튼하고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하마스의 땅굴은 모래흙이 많은 연약지반을 파서 만들어진 것인 반면, 헤즈볼라의 땅굴은 바위를 뚫고 산속 깊이 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12만~20만 기의 로켓과 미사일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큰 군사자산으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꼽힌다. 사거리 250~300㎞인 정밀 미사일 1500기를 포함해 이스라엘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수천 기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서방국들은 추정하고 있다. 외부에서 파악한 헤즈볼라의 정규 병력은 3만~5만 명 사이로 추정되지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올해 초 10만 명 이상의 전투원과 예비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나설 경우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병사들의 피로도 누적, 병력 부족, 경제 타격, 휴전과 인질 협상 교착에 대한 대중의 반발 등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가 큰 상황에서 확전은 큰 피해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인다면 하마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헤즈볼라는 하마스가 아니다"라며 훨씬 더 정교한 군사력을 갖춘 국가 속의 국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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