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기를 당해 거액의 빚을 진 남성이 이혼 위기에 처했다며 조언을 구했다.
25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사기를 당해 진 빚으로 인해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자신을 결혼 30년 차 가장이라고 소개한 제보자 A씨는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으며 아내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다 A씨는 최근 투자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지게 됐고, 이를 아내에게 들켰다.
앞서 A씨는 대학 선배로부터 “한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도 문제없다”라는 말을 듣고 빚을 내 주식을 샀다. 그러나 신약 개발은 실패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선배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 아내는 돈을 융통해서 빚의 일부를 변제해줬지만, 남은 액수가 터무니없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아내가 도저히 저와 못 살겠다고 한다”며 “저는 한평생 바람을 피운 사실도 없고 오로지 가정에 충실했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빚을 진 것도 우리 가족을 위해 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메꾸기 위해 더 큰 돈을 끌어다 썼고 그래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며 “그동안 살아온 정이 있는데 아내는 제 사정을 다 듣고도 이혼을 요구했다. 그런 아내에게 섭섭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결혼 생활 중 아내가 맞벌이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며 “제가 뼈 빠지게 일해서 재산을 축적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재산 분할을 할 때 아내에게 많이 내어주지 않을 생각인데, 그렇게 할 수 있냐”며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서정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채무를 부담했더라도 무리하게 투자하려고 빚을 졌고 그 규모가 상당하다면 유책 사유로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기 때문에 상대방이 위자료를 청구하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책 배우자도 혼인 중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개인 채무는 재산 분할에 포함되지 않지만 생활비 등으로 쓰기 위해 채무를 부담한 것이면 부부 공동재산에 포함되는 채무로 볼 수 있다”며 “A씨는 배우자 몰래 투자했다가 실패한 것을 메꾸기 위해 채무를 부담했기 때문에 일상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채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채무를 알고 있었다는 걸 입증한다면 그 채무를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uu@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