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딱 6㎏만” 쉽게 살 빼려다 마약중독? 무슨 일[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식욕억제제, 한풀 꺾였지만 비만약 시장 영향력 여전

의사처방 없이 SNS·중고거래 앱 통해 불법 거래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존도 높아…오남용 주의해야

4주 이내 1가지 약만 복용…최대 3개월 넘겨선 안돼

이미지투데이




“딱 6kg만 빠지면 소원이 없겠어. 나도 한번 먹어볼까. ”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J의 최대 관심사는 다이어트입니다. 걸그룹처럼 마르고 가냘픈 몸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임신과 출산을 하며 불어난 몸무게를 결혼 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은 게 과한 욕심이냐며 끊임 없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죠. 안타깝게도 출산 후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도록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진 않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J는 다이트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 급격한 식욕 증가에 의한 과식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다이어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명 ‘입터짐’을 방지하는 게 관건이라는 겁니다. 두 아이를 돌보느라 피로가 누적되다 보면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요. J는 지난 추석 연휴 때도 이틀간 잘 버티다 사흘째부터 식욕조절에 실패했다며 식욕억제제를 먹어볼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식욕억제제는 말 그대로 식욕을 감퇴시켜 음식물을 섭취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약입니다. 다이어트의 8할은 식단 조절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의 80%가 ‘식욕’이란 얘깁니다.

하지만 독한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해도 음식을 조절하기가 어디 쉽나요? 이런 이유로 보다 쉽게 체중 감량이 가능한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식욕억제제가 의료용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라는 겁니다. 중독성과 의존성이 높아 오남용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남용할 경우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한비만학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25kg/m 이상일 때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사 조절, 운동 같은 생활습관 교정을 먼저 시행하고 효과가 없을 때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죠.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삭센다(성분 리라글루타이드)’가 2018년 국내 발매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식욕억제제는 여전히 비만약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78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는데요. 삭센다 단일 품목이 66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7.5%를 점유했습니다. 알보젠코리아의 ‘큐시미아(성분명 펜터민/토피라메이트)’가 355억 원으로 매출 2위를 지켰고 대웅제약(069620) ‘디에타민(성분명 펜터민)’이 70억 원, 휴온스의 ‘휴터민(성분명 펜터민)’이 43억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나열한 약들의 공통점을 알아차리셨나요? 삭센다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긴 하지만 식욕억제제인 펜터민이 비만약 매출 상위권에 대거 포진하고 있음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몇년 전 논란이 됐듯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고거래 앱 등에서 불법 거래되는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식욕억제제의 매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짐작됩니다. 디에타민은 알약의 형태가 나비 모양으로 생겨서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데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지면서 몇년 전부터 10~2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해주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식욕을 억제하는데 3개월간 37.5mg의 펜터민을 복용했던 사람들이 평균 11%의 체중을 감량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허가 용량 안에서 최소한의 용량을 4주 이내 처방해야 합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추가 처방할 수는 있으나 총 처방 기간이 3개월을 넘기지 않아야 하고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하거나 16세 이하에겐 처방 자체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복용 기간이 짧아도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입 마름, 변비, 불면증, 어지럼증 등이 가장 흔한데 환각, 자해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식욕을 통제하다 보니 운전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죠. 큐시미아는 펜터민이 소량만 들어있어 최대 2년간 복용해도 된다고 허가를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장기 복용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비만약은 습관을 고치는 용도로 써야지, 약물로만 체중을 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