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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醫政, 도돌이표만 연주할텐가

박준호 바이오부 차장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며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은 동결돼 있다. 양적 변화 없이 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2022년 8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축사에서 정춘숙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한 말이다. 계기는 한 ‘빅5’ 대형 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을 할 전문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숨진 사건이었다. 상급종합병원 종사자조차 근무 중 응급 상황에서 골든 타임을 놓쳐 숨졌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 자체로 의사 인력 부족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이 과정에서 벌어졌다.

올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 증원을 시도했던 2020년에도, 간호사가 근무 중 숨진 2022년에도, 현 의정 갈등도 의사 단체든 정부든 똑같이 말한다. 지금의 의대 정원 문제와 적정한 의사 인력 수준을 둘러싼 논쟁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의사 단체들의 증원 ‘원점 재검토’론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반복되는 도돌이표일 따름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OECD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미국·캐나다처럼 중립적 추계 분석을 할 기구가 없다는 등 4년 전 상황에서 진전하지 못한 수세적 주장만 가득하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적정 의사 수 추계 연구가 늦은 감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부 역시 의사 수가 모자라며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정교하게 다른 방식으로 건네지 않았다. 의사 단체들이 4년 전처럼 반발할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 의제를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뼈대만 앙상하다. 의료계를 설득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적어도 지금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과제들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대강의 얼개까지 다 갖췄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의대 정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이 몇 년째 계속되면서 새로울 게 없음을 정부도, 의사 단체도 다 아는 만큼 이번엔 ‘다르게’ 접근했어야 한다. 이를 게을리한 결과가 8개월째 이어지는 지루한 의정 갈등이다. 이번에도 피해는 국민들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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