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김건희 국정농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한편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김 여사는 이번 주 별도 공개 일정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재야운동가인 고(故)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을 지난 달 병문안하고 극진히 챙겼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2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주말 체코 순방 귀국 이후 별 다른 봉사활동 일정이나 시설 방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 김 여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달 장기표 원장을 병문안한 사실이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별세한 장 연구원장 빈소에 24일 정진석 비서실장을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정 비서실장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전한 위로의 뜻을 유족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 여사가 8월 장 선생을 직접 문병했던 사실이 소개됐다. 윤 대통령 부부는 앞서 장 원장이 담낭암 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후 여러 차례 병문안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장 선생은 페이스북에 7월 16일 글을 올려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리고 지난 달 30일 김 여사는 장 원장이 입원했던 국립암센터를 직접 찾았다.
김 여사는 장 원장과 약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장 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꼭 성공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통일 아젠다는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끝까지 가져가야 하며, 통일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장 원장이 항암치료에 의지를 보이며 “얼른 나아 영부인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고 김 여사는 “그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여사는 장 원장의 주치의도 별도로 만나 치료를 잘해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장 원장은 지난 22일 별세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체코 공식 방문에서 귀국한 직후 이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부부는 장 원장이 치료를 통해 암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세 소식을 듣고 무척 황망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빈소에서 장례 호상을 맡은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함께 전했다고 한다. 정부는 장 원장에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장 원장의 장례에는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부영·이재오·유인태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손학규 전 대표 등 여야와 각계 원로들이 참여했다. 또 국민의힘은 “고인의 헌신을 기억하고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깊이 존경했던 대선배의 안식을 빈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조화를 보냈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전·현직 의원들도 조문했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조화를 보내는 정도로 애도를 표현했다. 장 원장이 민주화 운동으로 9년간 옥고를 치른 민주화와 노동 운동의 산증인이자 정치권 원로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별다른 조문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조문을 외면하는 것이 대선 때 장씨가 대장동 사건을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 원장은 “이 대표 같은 사람이 대통령 되면 안 된다” “비리 방탄 대신 약속한 불체포 특권을 내려 놓으라”고 비판을 했던 인물이다.
한편 장 원장은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 때 전태일의 분신을 접한 이후 노동운동과 진보 정당 운동에 매진했다.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 동안 감옥에 있었고, 12년 동안 수배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씨는 약 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던 민주화 보상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장 원장은 “농사짓는 사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국가 발전에 기여했는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보상금을 따로 받는 건 파렴치한 짓”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장 원장은 최근에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국회의원들이 수당을 포함해 받는 연봉은 1억5700만원이다. 장씨는 국회의원의 사무실 경비 1억원과 후원금 1억5000만원 등을 모두 포함하면 실제 연봉은 5억 원 정도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장 원장은 지난 대선 때 대장동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1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통장에는 5만7000원밖에 없었지만, 어렵게 돈을 마련해 벌금을 모두 납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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