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 경제와 기업을 폄훼하는 조직적인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3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전기차·배터리·e커머스 등 양국 간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한 결과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댓글 조직의 실체를 확인했다. 해당 기간 네이버상에서만 핵심 플레이어의 지휘 아래 2개 그룹으로 나눠 점조직으로 활동 중인 77개의 중국인 의심 계정을 찾아냈다. 이는 전체 중국 댓글 공작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는 상호 보완 관계에서 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 관계로 변한 지 오래다. 특히 반도체·자동차·기계 업종은 높은 수출 경합도를 보이면서 양국이 사실상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산업이 한국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댓글에는 “나는 요즘 원산지 보고 한국산은 무조건 거른다”는 식의 ‘겁주기’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반면 중국산에 대해서는 “알리 서비스·품질 좋은데” 등의 편드는 댓글을 달았다. 또 ‘현 정권은 미국·일본의 속국이 되고 있다’는 식으로 한국 내 갈등을 조장하는 ‘갈라치기’ 수법도 동원됐다. 중국 정부가 ‘인지전’ 위협을 우리 정치에 이어 경제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계정이 댓글을 통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민심을 왜곡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의 댓글 조작은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은밀하게 추진돼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부지불식간에 우리 경제와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미 미국·유럽 등은 중국·러시아의 가짜뉴스 유포 등을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규정하고 범정부적 대응 기구를 신설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발 여론 조작의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사이버 경제 전쟁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도 댓글 조작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자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에서 ‘국가 사이버 안보기본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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