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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회안’ 안보이는 연금정치

주재현 경제부 기자





“정부안만 발표하면 될 것처럼 말하더니, 국회 논의 속도가 더뎌 걱정입니다”

연내 국민연금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돌아온 한 정부 관계자의 반응이다. 정부가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자동조정장치 도입·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 등이 담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지 한 달 가까이 되도록 국회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나온 우려다.

정치권에서도 연금 개혁 논의가 당장 본격화되긴 어렵다는 기류가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양당 지도부가 합의해야 할 사안 아니겠느냐”며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후 연말을 코앞에 두고서야 부랴부랴 여야가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전선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모습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은 자신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양측이 동수로 참여하는 연금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논의 기구도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치권은 대안 없이 갑론을박 되풀이 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정부안 발표’를 일관되게 요구해오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정부안 비판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부안대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 하면 연금이 줄어든다는 점을 부각하는 식이다. 자동조정장치 없이 어떻게 기금 고갈 시점을 30년 이상 늦출지를 제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책임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퇴직연금 강화를 노후 소득 보장 강화의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구체적인 각론을 내놓지 못했다. 관계 부처 공무원들을 소환해 회의를 열고도 “장기적 방향성에 공감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식의 설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한 연금 전문가는 “선진국들의 경우 정당들이 각자의 안을 가지고 오랜 시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다”며 “정부안이 나왔으니 국회도 각자가 생각하는 안을 내놓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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