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휩쓴 극우 물결에 오스트리아가 올라탔다. 유럽의 경제위기를 유럽연합(EU) 탓으로 돌리는 극우 정당의 전략이 먹혀들면서 나치 독일을 지지하는 극우 정당이 오스트리아 총선 1위로 올라서는 이변이 생긴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최초로 극우 총리가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2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 출구조사 결과 나치 독일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자유당(FPO)이 29.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 정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칼 네하머 총리를 배출한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26.2%)을 약 3%포인트 앞선 수치다. 출구조사 발표 후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선언했고 네하머 총리는 패배를 인정했다.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극우 정당으로, 줄곧 비주류에 머물다가 2017년 총선을 통해 제3당으로 도약했다. 이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등 세력을 넓히다가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 1위까지 올라섰다.
FT는 자유당의 승리가 유럽 대륙에서 극우가 번져가고 있는 현상을 입증하는 최신 사례 중 하나라고 짚었다. 2022년 9월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극우 정당이 승리했고 지난해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다. 6월 유럽의회 선거 역시 강경 우파와 극우 정당이 총 167석(23.2%)을 차지해 2위에 올랐고 7월 프랑스 총선도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선거 내내 돌풍을 일으켰다. FT는 “유럽 대륙의 주요 정당이 일련의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대응하는 데 고충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키클이 이끄는 자유당은 EU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하며 유럽의 생계비 위기에 대한 책임을 EU에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연정을 위한 파트너가 필요한 셈이지만 키클 대표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하머 총리는 키클을 겨냥해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과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자유당이 나치 독일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기성 정당이 연대를 꺼리는 요인이다. 키클 대표는 선거운동을 하는 내내 자신을 ‘국민 총리(volkskanzler)’로 불렀는데 이는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주말에는 자유당 당원들이 나치 친위대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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