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미국 증시에서 유틸리티, 금융, 부동산 등 이른바 가치주로 평가받는 종목들의 주가가 인공지능(AI) 수혜 업종을 비롯한 주요 기술주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미국 증시를 주도한 AI 열풍이 다소 잠잠해진 반면 그간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3분기 채권 시장에서 나타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두고 미국 경제에 대한 여러 관측들이 나오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대표되는 대형 기술주가 미국 증시를 이끌어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유틸리티와 산업재, 금융 등 다른 업종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었다. M7 등 기술주들의 누적된 주가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데다 ‘빅테크’들의 막대한 AI 투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홈스테드 어드바이저의 주식투자책임자인 짐 폴크는 “시장은 (빅테크들이) 이 모든 지출로 돈을 벌 수 있나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실제 이야기가 있다고 믿지만 확실히 앞서 나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상승률이 20%에 달해 3분기 상승률 기준 199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3분기의 경우 S&P500지수 중 유틸리티 업종이 18%나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했으며 부동산업종이 15%로 뒤를 이었다. WSJ은 “3분기에 유틸리티에서 산업, 금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장이 강력한 기술 부문을 압도했다”며 “가치 주식들이 성장 주식을 이겼던 시기”라고 진단했다.
3분기에는 채권 시장에서도 다소 기존과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이른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2022년 7월부터 이어졌지만 이달 초 이 현상이 사라졌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적은 경기침체 신호로 평가받는다. 다만 최근 현상의 경우 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풀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침체 직전에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번의 경우 미국 경제의 연착륙 시나리오에 다소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9월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향후 18개월 내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FL푸트남투자관리의 수식 시장전략가 엘렌 헤이젠은 “연준이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그니피센트7을 넘어 시장의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힘들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저소득층의 연체율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징후들이 나타나면서다. 투자자문사 윌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조시 이매뉴얼은 연준의 이번 달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결정은 “일부 실물 경제 악화를 인정한 것”이라며 “아직 성장률 악화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