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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베이비부머 인생2막의 무대로 [로터리]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 후 8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많은 국민을 만났다. 어디에서나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미미한 차이가 있었다. 수도권은 일․가정 양립과 양육부담 완화에 더 관심이 많았다면 비수도권은 좋은 일자리와 의료․교육시설 등 생활 인프라 확충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은 저출생이 인구 감소의 주원인이지만, 비수도권은 인구 유출이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2020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추월한 이후 인구 격차는 더 커졌고 이로 인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되면서 집값과 교육비 상승 등 삶의 조건이 각박해졌고, 결혼․출산․육아가 뒷전으로 밀렸다. 인구소멸지역은 줄어드는 인구 탓에 삶에 꼭 필요한 생활 인프라가 점차 사라지고, 청년을 비롯한 새로운 인구 유입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악순환이다.

이를 선순환으로 돌려세우는 방법은 비수도권에 ‘생활인구’를 늘리는 일이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특정 지역에 체류하면서 생활하는 인구를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을까. 여기서 주목할 것이 베이비부머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1·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인센티브를 줘 지역에서 생활하게 하는 방안이다.

1·2차 베이비부머 1660만 명 중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가 811만 명이다. 이 중 지역에 연고가 있는 사람은 44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지역에서 생활하게 되면 수도권에 숨통이 트이고, 지역은 활기를 띨 수 있다. 그중 10%만 지역에 정착해도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소멸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은퇴 후 근로소득은 없는데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매인 베이비부머들의 생활비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저렴하고 집값이 싼 지방에 가면 생활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던 집이 매매·임대되면 수도권에는 주택공급이 늘어 청년 신혼부부의 주거 여건 또한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베이비부머가 지역에 내려갈 때 세제혜택과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방정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인구감소지역에 세컨드 홈을 구입해도 1주택자로 인정하는 세제혜택을 지방 대도시에도 적용하고, 기존 주택 매각 시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것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병원이 가까워야한다”고 한다. 고령자 세대의 의료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 의료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규모 은퇴자 마을인 애리조나주의 ‘썬시티(Sun City)’처럼 주거와 의료시설 등이 잘 갖춰진 은퇴자 공동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도권은 사람이 너무 몰려 힘들고, 비수도권은 줄어드는 인구 때문에 힘겹다. 그 힘듦과 힘겨움을 덜어낼 수 있도록 베이비부머의 귀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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