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한강 변 단지 중 마지막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장미 1·2·3차 아파트가 최고 69층 건축을 검토하고 나섰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가 최고 70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데 이어 장미아파트도 ‘초고층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잠실 랜드마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장미 1·2·3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현재 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망 주택형과 최고 높이 선호도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합이 제시한 선택지는 최고 49층의 준초고층과 최고 69층의 초고층 두 가지다. 조합은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해 건축 계획을 수립해 송파구에 입안할 예정이다.
잠실 장미는 송파구 신청동 7 일대에 1979~1984년 지어진 아파트로, 8월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됐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 전문가, 조합이 함께 정비계획 초안을 만드는 제도로, 시는 최고 49층, 4800가구 규모 재건축을 조합에 제안했다. 단 이는 가이드라인 격으로 조합이 일부 내용을 수정해 정비계획을 입안하면 시의 심의를 거쳐 신통기획안과 다른 내용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합이 시의 제안보다 더 높은 층수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고 나선 것은 조합원 일부가 고급화를 위한 초고층 건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재건축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했던 이른바 ‘35층 룰’이 지난해 폐지되면서 성동구 성수4지구, 강남구 압구정 2·3·4·5구역,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에서 랜드마크 입지를 굳히기 위해 50층 이상의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잠실에서는 장미아파트와 함께 재건축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가 70층 재건축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다만 잠실장미가 쉽게 69층 재건축을 확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고층 추진 시 고급화에 따른 아파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공사비 상승, 공사 기간 연장 등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조합은 최고 69층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최고 49층 재건축 대비 공사 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지고, 공사비는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 및 재난 영향과 관련해 받아야 하는 심의도 대폭 늘어난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신통기획안대로 49층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요즘 안 그래도 추가분담금이 이슈인데 공기가 길어질수록 분담금도 많아지다 보니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시와의 협의도 변수다. 조화로운 경관 형성에 저해된다고 판단될 경우 도시계획위원회가 69층 건축안을 반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는 최근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 재건축 조합들에 70층 주동 개수를 줄일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도 시 협의 과정에서 68층 재건축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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