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와 걸프 연안(멕시코만) 항구 노동자들이 노사 협상 결렬로 1977년 이후 47년 만에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1일 0시를 기해 시작된 이번 파업으로 휴스턴에서 마이애미, 뉴욕에서 뉴저지에 이르는 주요 항구의 운영이 중단됐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국제선원협회(ILA) 소속 4만 5000명의 항만 노동자들은 이날 0시를 기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자동화 관련 계약 조항 개정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ILA는 6년간 7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 상대인 미국 해운동맹(USMX) 해운 그룹은 기존 40% 인상안을 최근 50%로 상향해 제안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협정 만료일인 9월 30일을 넘기게 됐다.
미국 해상운송의 절반을 차지하는 항만 업무가 올스톱되면서 공급망 지연과 혼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한 하루 경제 손실은 최대 45억 달러(약 5조 9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항만 업무가 중단되는 동안 컨테이너 화물과 자동차 선적이 멈춰 선다. 다만 에너지 공급과 대량 화물, 군사물자, 크루즈선 운항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협상 타결을 위해 양측과 소통하고 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노사 간 단체교섭의 문제라며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 대통령이 개입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와 공화당에서는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상공회의소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들의 분쟁이 우리 경제에 충격을 주게 내버려두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국가 안보와 관련된 노동 분쟁에 대통령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미 파업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가을 쇼핑 시즌을 앞둔 많은 소매 업체들은 물품을 조기에 들여오거나 서부 항구로 물류(반입 통로)를 전환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단기 방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물류대란이 1주일만 지속돼도 선박 정체와 운송 지연, 운임 상승, 소비자가격 인상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그레이스 즈웨머 연구원은 “1주일간의 파업 영향을 해소하는 데 약 한 달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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