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독일과 네덜란드는 미국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다양한 선택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전술핵을 배치해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방식을 일본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핵 공유는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반입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비핵 3원칙’을 수정하지 않는 한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아베의 발언은 비핵 3원칙의 봉인을 풀려는 정치적 포석으로 읽혀졌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당시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언급했다. 1971년 11월 일본 중의원은 비핵 3원칙 준수 결의를 채택했고 이 원칙은 지금까지 일본의 국시(國是)처럼 지켜졌다. 비핵 3원칙 선언은 1964년 중국의 최초 핵실험 등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사토는 총리 퇴임 뒤인 1974년 비핵 3원칙을 내세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비핵’ 주장은 겉치레일 뿐이었다. 총리 재임 때인 1969년 사토는 비밀리에 독일에 핵무기 공동 개발 의사를 타진했고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오키나와 밀약’을 맺어 긴급사태 시 핵무기의 오키나와 반입도 보장받았다.
1일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는 지난달 말 미국 연구소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태평양을 향해 시험 발사하고 북한이 핵무기 제조 시설을 공개하는 등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기류에 편승한 핵 공유론으로 볼 수 있다. 이시바 총재는 1951년 체결된 미일안전보장 조약의 개정까지 주장하며 일본의 핵 능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비핵 3원칙 해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도 핵우산을 강화하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핵 잠재력 증강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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