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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한은 마통’ 누적 대출 152조…선심정책 경쟁할 때 아니다


세수 부족에 빠진 정부가 올해 1~3분기에 한국은행에서 총 152조 원 넘게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3분기에 한은으로부터 총 152조 6000억 원을 빌렸다가 142조 1000억 원을 상환했다.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3분기 말까지 갚지 않은 잔액은 10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 말 ‘한은 마이너스 통장’ 누적 대출 규모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다. 돈을 쓸 곳은 많은데 거둬들인 세금이 부족하다 보니 임시변통한 일이 잦아진 것이다. 올해 국세 수입이 8월까지 지난해보다 9조 4000억 원이나 축소된 영향이 컸을 것이다.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 수입이 줄면서 세수 감소 규모가 연말에 30조 원가량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다 보니 중앙정부의 채무도 7월 말 1159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나라 살림살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데도 거대 야당은 현금을 지원하는 선심 입법에만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은 올 8월에 13조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나 이 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재투표에서 부결됐다. 이어 지난달에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재정 지원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또 쌀값 하락분을 나랏돈으로 보전해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은 10·16 재보선을 앞두고 전남 영광·곡성 군민들에게 100만 원가량씩 주민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저성장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금은 포퓰리즘 정책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2028년 11개 비기축통화국 중 두 번째로 높아질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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