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퇴직과 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인생2막’을 고민하는 중장년이 많습니다. 라이프점프는 중장년의 인생 2막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4060세대들이 가진 고민과 해답을 찾아나가는 ‘새 일 클리닉’을 운영합니다. 커리어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생 2막의 방향성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작은 기업에 재취업해 입사를 앞둔 A 씨. 업무 적응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동료들의 평균 나이가 20대 후반이라는 점이 걱정이다. ‘꼰대’ 소리 듣지 않고 어린 동료들과 잘 지내고 싶은 그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알아보자.
Q1. 최근 어렵게 작은 조직으로 재취업했습니다. 동료가 저보다 최소 스무 살은 젊은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조직에 안착할 방법이 궁금합니다.
우선 재취업 성공을 축하합니다. 이제 재취업 활동의 마지막 관문 ‘신규 직장 적응’을 만났네요. 자신을 되돌아보고 경력을 리뷰하며 이력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 못지않게 그 조직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도 재취업의 중요한 프로세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신입이 아닌 경력직, 특히 중장년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것은 지원자가 보유한 일 경험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해당 기업에서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일 경험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새롭게 입사하게 되는 조직의 상황과 문화에 맞게 풀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규모가 큰 기업에서만 경력을 쌓은 중장년이 중소기업으로 이직 시 ‘조직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것 같다’라며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종종 관찰하고는 합니다. 이는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예전 회사와 비교하면’이라는 문구가 생략된 문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신규 조직 적응을 위해 중장년 구직자가 지향해야 할 마인드와 태도는 새로운 조직 문화와 기존 인력에 대한 존중과 융화입니다. 가장 지양해야 할 마인드는 ‘전 직장과의 비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보다 20~30세 적은 직원들을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경력직이나, 직급자로 재취업하더라도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거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 해당 조직에서는 ‘신입사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조직과 동료들을 알아간다면 조직 안착의 과정이 훨씬 매끄러워질 것입니다.
Q2. 최근에는 어떤 사람이 조직에서 인재로 인정받는지 궁금합니다.
중장년 구직자가 재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려면 기존에 맡았던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원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분야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그와 관련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 못지않게 기업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내외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기존에 잘 자리 잡고 있는 사업 분야 외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만한 사업을 탐색하고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 시장에서는 갈수록 육성하는데 시간이 드는 신입사원 채용이나 정기 공채보다는 기업이 처한 현안을 그때그때마다 해결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 및 수시 채용이 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중장년 고객에 대한 커리어 상담을 진행하거나 재취업 시장을 다루는 주제로 강의를 준비할 때면 특정 기업의 보편적 ‘기업 인재상’보다는 각 산업군 대표 그룹사의 연말 임원 인사에서 파악 가능한 ‘키워드’를 주목하는 편입니다. 주요 그룹사의 연말 임원 인사 키워드는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해당 산업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분야를 핵심 수종 사업으로 거느리고 있는 모 그룹사에서 임원 인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고객 요구와 기술 트렌드에 부합하는 혁신을 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반도체 분야에서 지향하는 인재상에도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반영되리라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Q3. 생산성 향상, 성실성으로 업무 분위기 쇄신 등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중장년을 채용한 기업이 평균적으로 중장년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의 ‘2023년 중소·중견기업의 중장년 채용계획 및 채용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을 채용하는 이유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전수로 직원들의 업무 역량 제고(30.4%)’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업무 충성심과 높은 성실도로 일하는 분위기 쇄신(29.3%)’, ‘매출 증가·원가절감·생산성 향상 등 경영성과 개선(12.2%)’의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더불어 중장년 채용 시 기업이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앞서 언급된 바처럼 새로운 조직의 기업문화, 기존 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조직융화력, 성과 창출을 위한 직무 전문성, 높은 업무 강도에서 적응할 수 있는 건강 여부 등이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세상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직급과 연령에 상관없이 내가 맡은 일들을 직접 책임지고 실행해 나가는 실무형 인재, 여전히 조직의 성장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는 성장 DNA를 갖춘 분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Q4.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업무 환경에서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할까요.
디지털 기술, 데이터, 정보, 콘텐츠, 미디어 등을 읽고 분석하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의 발달과 최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업무 방식이 점점 더 온라인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장년들도 재취업을 준비할 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종사 분야에 따라 요구되는 디지털 툴은 아래와 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비대면 회의·온라인 수업 플랫폼: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 실시간 작업이 연동되는 스마트 협업툴: 구글 독스, 노션, 슬랙
▷ 설문조사 수행에 활용: 네이버 폼과 구글 설문
▷ 디자인 플랫폼: 미리캔버스, 망고보드, 캔바
그리고 위에 예로 든 디지털 툴에 앞서 업무용 소프트웨어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Q5. 조직 내 청년들과 잘 어우러지기 위해 해야 할 것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중장년은 수십 년간 위계에 의한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온 경험이 많다 보니 업무를 수행할 때 ‘협업’보다는 ‘지시’하는 것이 더 익숙할 겁니다. 그러나 ‘꼰대’ 소리를 듣지 않고 청년층과 잘 어우러지려면 단순히 ‘회사가 원하니 하라는 대로 따라야 한다’라고 하는 지시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합리적 이유를 같이 설명해야 조직 내에서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청년층과도 좋은 팀워크를 이루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비단 청년층을 대할 때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알려주고 싶은 경험을 ‘라떼는 말이야…’식으로 일방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닌 청년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지를 먼저 이해한 후에 나의 경험을 ‘공유’했을 때, 서로가 존중하고 윈윈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에 능하고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청년층을 이해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적극 사용해 볼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