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해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가운데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일본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28조 엔(약 257조 2700억 원) 순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4년래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사들인 해외 채권 규모는 7조 7000억 엔으로 연초 기준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그간 해외 채권을 선호하던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국채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해외 주식에 대한 순매수 역시 1조 엔 규모 미만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투자자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해외 자산에 대한 애정을 잃기 시작했다”며 “인도 경제보다 큰 4조 4000억 달러를 투자한 이들의 철수 속도와 규모는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고 전했다.
이같은 흐름은 오랜 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온 일본에서 해외 자산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을 빌리는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의 최근 추세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올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3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연초 1.6%선에서 현재 2.0% 이상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티앤디자산운용은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5%를 넘으면 자금이 집(일본)으로 돌아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이치생명은 4월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 이상이 되면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위원들이 금리 인상 계획을 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내년까지 일본 통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일본 대형 투자기관들은 물론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대거 청산할 경우 세계 투자 시장에 ‘악몽’ 같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전 세계(미국 제외)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호주 국채 보유 규모는 전체의 10% 수준에 이른다. 또한 일본 투자자들의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도 1~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모리 쇼키 미즈호증권 수석 전략가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대규모 (일본 투자자들의) 철수 흐름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은 그 자체로 대형 캐리 트레이더로, 이같은 추세는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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