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528만 명을 동원하며 팬덤까지 형성했던 ‘조커'의 속편 ‘조커: 폴리 아 되(조커2)’가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1일 개봉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경쟁작으로 초청돼 프리미어 공개 당시 평가가 엇갈렸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예매율 1위를 기록할만큼 팬들의 기대감은 높았지만 국내에서도 역시 호불호가 엇갈린다.
‘조커2’는 유명 MC 머레이 프랭클린 등 5명을 죽여 고담시를 공포와 충격에 빠트린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수용소에 수감되고 2년이 지나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 ‘스타’가 된 아서는 그를 따라 수용소까지 온 할리 퀸(레이디 가가)에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진다.
이미 ‘조커2’는 ‘미친 사랑의 노래’ ‘지옥에서 온 라라랜드’ ‘악당판 라라랜드' 등으로 불리며 이 영화가 뮤지컬적인 요소가 포함됐다는 것, 사랑에 빠진 아서가 나온다는 것이 ‘스포일러’됐다. 수용소에서의 사랑이라는 황당한 설정과 뮤지컬적인 요소는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쾌감이 없고 명쾌하지 않고 더욱 난해해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괴작’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전작은 아서가 ‘조커’로 각성되는 과정을 그렸기에 쉽게 이해가 된다. 관객들은 ‘조커2’에서 아서가 왜 조커가 됐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서사와 통쾌한 결론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감독은 뜻밖의 선택을 한다. 까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의 실존이라는 철학적 물음 대신 사랑을 택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지지만 후반부에 가서 첫 장면이 오버랩된다. 첫 장면은 애니메이션인데 조커가 세상에는 사랑이 부족하고 사랑이 필요하다는 가사를 담은 노래를 감미롭게 부른다. 조커가 사랑에 빠진다는 복선이었던 것.
사랑에 빠진 아서는 ‘정상인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조커가 아님을 각성하고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허무하게도 그가 정상인이 되는 순간 사랑은 이별을 고한다. 할리 퀸은 자신을 사랑한 것은 조커이지 아서가 아니라며, 조커가 아닌 아서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며 영화 ‘조커’의 상징적인 장소인 계단 위로 유유히 올라가 사라진다.
영화의 부제는 ‘폴리 아 되’다. '공유정신병 장애'를 뜻하는 정신의학계 용어다. 해석하자면 '두 사람에게 함께 일어나는 정신병'을 의미하는데,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일 때 주로 발생한다. 사랑은 두 사람에게 함께 일어나는 정신병이며, 한 사람이라도 사랑이라는 ‘정신병’에서 벗어나면 깨진다. 그래서 어쩌면 ‘조커2’는 사랑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서 묻는 영화일지 모른다. 사랑했던 상대의 모습은 진짜가 아닌 그를(그녀를) 사랑하는 나의 ‘허상’이었음을 말이다.
‘조커2’는 난해하고 어렵지만 사랑이 아닌 정신의학적, 사회학적 요소로 분석할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여기에 아서 역의 호아킨은 23kg을 감량해 뼈만 남은 채로 충격적일만큼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할리 퀸역을 맡은 레이디 가가역시 그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