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면서 친(親)이란 세력과의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유 공급에 타격을 입으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이날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국제유가가 장중 5% 이상 치솟고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1일(현지 시간)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18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공격은 올 4월 이란의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앞서 이란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는 등 이스라엘로 추정되는 잇따른 공격에 보복을 다짐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공습을 올 4월 공격 규모의 약 두배 규모로 평가했다. 이번 공격은 그동안 하마스 등을 통해 대리전을 이어온 이란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공격 이후 X(옛 트위터)에 자기 방어권 행사를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 조치는 종료된다”며 확전에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곧바로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공식화하면서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보내각 회의에서 “이란이 큰 실수를 했다”며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만일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설 경우 이미 진행 중인 가자전쟁과 레바논 지상전에 이어 이란까지 전선을 확대해 사실상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51년 만에 이란과의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러 대응 방안이 언급되는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란 핵 시설 혹은 석유 시설 타격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 중 일부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올 4월 양측의 1차 공방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이스파한주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 군부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정조준할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온 미국 역시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이며 전날에 이어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리서치 업체 MST마퀴의 사울 카보닉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분쟁이 이란과 직접 관련이 있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최대 4%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또 다른 공격이나 제재 강화가 있을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2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된 중동 정세와 관련해 “국민 안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동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레바논과 이스라엘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은 가용한 항공편·선박편 등을 이용해 조속히 출국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동 지역에 머무는 한국인 대피 작전과 관련해서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국민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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