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태어나 ‘바람의 아들’ ‘야생마’로 불렸던 양용은은 배짱이 두둑하다. 강자를 만나더라도 쉽지 무너지지 않는다. 2009년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제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 9월에는 ‘시니어 최강’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를 연장전에서 물리치고 미국 시니어 무대 첫 우승을 따냈다.
양용은이 강자에게 유독 강한 이유는 뭘까. 사진은 양용은이 우승을 했던 미국 PGA 챔피언스 투어 어센션 채리티 클래식 최종일 17번 홀 두 번째 샷 장면이다. 큰 힘을 쓰지 않으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을 이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다.
리디아 고, 고진영, 박현경 등 국내외 톱프로들의 우승 조력자로 유명한 이시우 코치는 “손목 사용을 억제하면서 몸통과 팔이 하나로 연결된 동작이 인상적이다”며 “특히 양팔과 어깨가 이루는 삼각형을 폴로스루로 넘어갈 때까지 유지하는 게 양용은의 전매특허다. 큰 근육을 잘 활용하고 있는 전형적인 자세다”고 했다.
이런 스윙의 장점에 대해 이 코치는 “손목을 쓰면 아무래도 공이 깎여 맞을 수 있어 방향의 일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 이와 달리 몸통을 쓰면 동작은 느려 보이고 가볍게 치는 것 같아도 볼에 충분한 힘을 전달할 수 있어 묵직하면서도 충분한 거리가 만들어진다. 또한 불필요한 스핀이 적으니 볼이 똑바로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긴장감이 큰 순간에도 샷이 흔들릴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양용은은 당시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2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양용은 스윙의 또 다른 특징은 몸이 역 C자 형태로 휘어지는 동작이다. 이 코치는 “임팩트 과정에서 하체의 무게 중심을 목표 방향으로 옮길 때 상체는 받쳐놓고 치는 느낌으로 휘두르기 때문에 그런 자세가 나오는 것”이라며 “충분한 탄도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이런 동작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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