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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유예' 기운 민주당, 세법 개정 '협상카드'로 쓰나…"대선 공약 활용하자" 주장도

■의총 격론 끝 지도부에 당론 위임

"시장 상황 고려한 판단 필요

당내 유예·폐지 의견이 많아"

당초 보완·강행 입장서 전환

대선까지 3~4년 유예 주장도

확정 후 상법 개정 고삐 쥘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금투세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 당론과 결정 시점을 모두 당 지도부에 위임하면서 최종 판단 과정에서 지도부가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의원총회 때도 주요 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협상 카드로 쓰거나 유예기간을 최대 3년 이상으로 늘려 차기 대선 공약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의 의견이 쏟아지기도 했다.

4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총 16명의 의원이 금투세 시행과 유예, 폐지 등 의견을 개진하며 1시간 반가량 토론이 이어졌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시행 또는 보완 후 시행’과 ‘유예 또는 폐지’ 의견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면서 “숫자로 따지면 유예 또는 폐지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고 전했다.

시행 유예를 주장한 의원들은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 원내대변인은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투자자의 경우 조세 정의나 기존 합의의 존중 등으로는 설득하기 어려운 시점이라 지금은 주식시장 활황기가 아니기 때문에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권이 바뀐 뒤 시행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것보다는 대선 공약으로 새로운 안을 내놓는 게 적절하다는 ‘폐지’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보완 후 시행’에 무게가 쏠렸던 민주당 내에서 폐지 주장까지 나오게 된 데는 여론 압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금투세를 둘러싼 당 안팎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달 24일 공개 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인버스 투자’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며 도리어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개미 투자자 등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도부도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해 유예를 택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이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유예를 주장한 뒤 이언주, 김민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서 금투세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노 원내대변인은 “보완 후 시행과 일정 기간 유예, 폐지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며 “지도부가 여러 정무적 변수를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폐지에 가까운 유예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 시점을 고려하면 최소 3년 이상 유예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의총에서도 유예를 주장한 의원의 상당수는 선거를 고려해 3~4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고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원내대변인은 “유예와 관련해서는 다음 정부에서 결론 내도록 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선거 직전에 사회적·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부담을 안게 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일부 의원은 금투세 시행이 2년 전 여야가 합의해 보고한 사항이라는 점과 금투세 유예·폐지를 결정하면 상법 개정의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즉각 시행 필요성을 피력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려면 금투세를 협상 카드로 써야 한다는 취지다.

금투세 당론이 정리되면 민주당은 주식시장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에 고삐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선출 의무화 등이 담긴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 당론 추진을 위해 ‘자본시장선진화준비위원회(가칭)’를 구성했다.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이정문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오기형 의원, 상법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박균택 의원 등이 소속돼 법안 성안을 준비할 예정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상법 개정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성안 작업을 하고 있고 당내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당론화 요청이 오면 바로 법안을 제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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