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초박빙 판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약간 앞서는 경우가 많지만 차이는 오차범위 이내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네바다 등 7개 경합주에서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과 노조나 유색인종의 표 흡수 등에서 어느 후보가 더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갯속 미국 대선은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최대 불안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리더십과 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의 경제·안보 여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경제·외교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트럼프의 재집권은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대북 안보 전략의 틀이 흔들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을 정조준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을 것”이라며 중국·한국·독일을 콕 짚어 거론했다. 4일 타결된 한미 방위비 협상 결과에 딴지를 걸 가능성도 있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정책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적지만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대중국 견제 강화와 자국 중심 공급망 확립에 보조를 맞추도록 동맹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해리스가 노동자 위주 정책을 펴면서 법인세·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세우는 점도 미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해리스 시대’가 열리든, 더 독해진 ‘트럼프 2.0’이 펼쳐지든 우리는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더 거세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산업 정책 전환, 국제 질서 재편 등 모든 통상·안보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촘촘히 마련하고 다양한 외교 채널을 동원해 총력전을 펴야 한다. 미 행정부의 리더십 변화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초격차 기술력과 강력한 자주 국방력 등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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