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대국 미국의 외교가 통하지 않는다.’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미국의 통제력을 벗어난 중동 사태와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부동층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통상 미 대선에서 외교정책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번 중동 사태는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의 유색인종 표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한다.
중동 사태로 정치적 딜레마에 빠진 것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미군 역량을 총동원해 이스라엘을 방어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주요 결정에서 배제당하고 미국 내에서는 아랍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아랍계 미국인 및 무슬림 지도자들과 회동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재고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앞서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500명의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9월 9~20일 실시해 이달 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자 가상 대결에서 전체 응답자의 42%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41%가 해리스를 택할 정도로 민심 이반은 심각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에서 적대적 행위를 종식시키고,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들을 데려오고, 평화 회담을 진전시키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꿈은 이스라엘 위로 쏟아지는 이란의 미사일 파편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면서 “공화당은 이 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측은 어수선한 세계에는 트럼프처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연일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중동에서 날아다니는 미사일을 보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면서 “이런 일은 내가 대통령일 때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교정책보다 선거에 파급력이 높은 경제문제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일 때는 경제 분야에서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으나 지금은 4~5%포인트 미만 수준이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미국의 고용 실적이 깜짝 증가하고 항만 파업도 순조롭게 종료되면서 해리스의 경제 의제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