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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들도 낙태권 보장돼야" "해리스 반기업정책 일자리 없앨것" [美대선 한달앞]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르포

女낙태권·수압파쇄법 뇌관으로

"트럼프되면 이민자 핍박 받을 것

양성평등 등 표현의 자유도 제약"

"바이든 때 세금 더 거둬 기업 힘들어"

베테랑 기자도 "예측 불가능 선거"

두 세대가 거주하는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하이랜드 파크의 한 주택. 한 세대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다른 세대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팻말을 내걸었다. 펜실베이니아의 민심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져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배재훈, 권정은(피츠버그대 박사과정)씨 제공.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 윌크스대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에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EPA


미국 펜실베이니아는 ‘멜팅폿(용광로) 중에서도 멜팅폿’으로 불린다. 전 세계 이민자를 빨아들인 미국을 ‘멜팅폿’이라 부르는데 펜실베이니아는 1900년대 철강·석탄·제조업 등 부흥기를 거치며 다양한 사람들이 이주해왔다는 의미가 담겼다. 유권자의 정치 성향이나 지향점도 각양각색이어서 어느 정당도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합주다. 2008년과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2020년에는 조 바이든의 손을 들어줬다. 펜실베이니아가 선택한 대선 후보는 대부분 미국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찾는 이유다.

9월 19~22일(현지 시간)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한국 기자단이 찾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민·낙태권·경제 등의 주제를 놓고 극명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피츠버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배재훈 씨는 “트럼프 재선 시 이민법이 바뀌어 취직할 때도 유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민자 지원 관련 일을 하는 에밀리 콜먼 씨도 “트럼프 1기 때는 불법 이민자라고 하면 부모와 자녀를 강제로 떨어뜨리는 등 비인도주의적인 방식까지 사용됐다”며 “그가 재선되면 우려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배 씨는 “현재 공화당 성격이 강한 주에서는 심지어 대학에서도 양성평등·트랜스젠더 등의 주제를 말하는 게 금지돼 있어 트럼프가 집권하면 토론의 자유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낙태권도 뜨거운 주제였다. 제너비브 로셀로트 씨는 “나는 ‘신체의 자유’라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시대에 살았지만 (트럼프 재선 시) 내 열다섯 살 딸은 그걸 누리지 못한 시대에 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그런 면에서 아빠들도 낙태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조업 쇠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큼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상당했다. 펜실베이니아 제조업기업협회의 제즈리 프렌드 부사장은 “해리스 측이 기업 활성화 정책들을 내놓고는 있지만 결국 반기업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알기에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세제 혜택을 주고 일자리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서 실질적으로 기업에는 큰 도움이 됐다”며 “주류 언론에서는 상위 1%에만 혜택이 돌아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90%가 세제 혜택 등으로 아낀 돈을 다시 기업과 직원에 투자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때의 정책들이 바이든 정부 들어 일몰이 도래했고 더 나아가 세금을 더 거뒀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해리스 당선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5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피격을 당했던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시를 다시 찾은 가운데 지지자들이 '싸우자'라는 팻말을 들고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의 경제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9~2023년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펜실베이니아가 0.9%에 그쳐 7개 경합주를 뺀 미국 평균인 6.3%에 크게 못 미쳤다. 민주당 집권 기간 내내 펜실베이니아는 성장의 과실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셰일 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프래킹)도 뜨거운 감자다. 프렌드 부사장은 “펜실베이니아 서쪽은 천연가스와 관련한 일자리가 10만 개가 넘고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더 많은 사람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해리스가 프래킹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면서 이곳 사람들은 해리스를 믿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리스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환경 파괴를 이유로 프래킹 금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셰일 가스를 주로 생산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여론이 악화하자 최근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할 방법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해리스의 이민정책을 놓고도 반감이 상당했다. 피츠버그대의 스티븐 울다르스키 씨는 “마초적인 젊은 백인 남성의 경우 다양성을 보장하는 (해리스의 정책이) 본인들에게 위협이 되고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스틴 베토리약 씨는 “상당수 재향군인이 노숙자로 전락할 정도로 미국 시민들도 고생하는데 이들을 충분히 지원하지도 못하면서 이민자를 돕겠다는 민주당의 정책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극단적인 분열상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선택지가 민주·공화 양당으로 한정돼 있고 민주당은 우클릭, 공화당은 포퓰리즘 쪽으로 기울어 전통적인 당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인 크리스 크레이머 씨는 “일부 젊은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투표를 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기자 경력의 대부분을 정치부에서 보냈다는 피츠버그포스트가제트의 도널드 길리랜드 뉴스·탐사보도 에디터는 “딕 체니 전 부통령과 그의 딸 리즈 등 보수의 ‘끝판왕’으로 평가되는 사람들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반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북미화물노조가 이번에는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며 “그만큼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초박빙 선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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