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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은 여·야·정 '원팀'으로 [로터리]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올해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은 키워드는 전쟁과 선거 그리고 인공지능(AI)이라 할 수 있다. 특히 AI는 곧 발표될 노벨상 과학 분야에서 수상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발전과 상용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 경쟁이 심화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중을 비롯한 주요국은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반도체 투자 경쟁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대항전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보조금 지원에 390억 달러를 배정했고 일본과 유럽연합(EU)도 각각 2조 엔, 430억 유로의 보조금을 책정했다. 반도체 투자 세제 혜택으로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25% 세액공제를, 일본은 전략 분야 국내 생산 촉진 세제로 20%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대만 역시 산업혁신조례로 25%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올해 일몰 예정이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투자세액공제(대기업 기준 15%)를 3년 연장하는 데 그쳤고 직접 보조금에 대한 논의는 정부의 재정 원칙, 산업 간 형평성 등 논리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은 우리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기술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회에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원 방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그 결과 ‘누가 한국에서 반도체에 투자하겠느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반도체지원법 통과를 계기로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지원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는 약 4500억 달러로 나타났다. 전 세계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0%에서 2032년 2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한국의 비중은 31%에서 9%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규모 기반 시설과 초격차 기술 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투자세액공제율은 미국·대만 등에 비해 10% 포인트나 낮다. 직접 보조금 지원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지원으로는 투자 유치는 물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도 유지하기 어렵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반도체 관련 특별법이 발의됐다. 법안에는 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직접 보조금 방식도 포함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경쟁국 대비 부족한 투자세액공제율 확대와 직접 보조금 지원도 포함해야 한다. 보조금 지원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직접 환급 방식인 세액공제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생산이나 투자액에 비례한 현금 환급형 세액공제를 도입해 납부할 세금이 없더라도 즉각 세제 혜택을 받게 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반도체 특별법의 취지인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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