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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와 '위증' 놓고 재수사…통신영장 청구로 증거 확보 [수사의 촉]

<13> 공갈·위증교사

공갈협박 혐의로 친구 고소했지만

피해자 "채무 있다" 재판서 말바꿔

檢 '재판직전에 통화' 특이점 발견

변제금 대가로 위증 강요 밝혀내





A씨와 B씨는 친구 사이였다. 급하게 대출이 필요했던 B씨에게 A씨가 ‘휴대전화기 소액결제로 몇 십만원에서 몇백만원 정도는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본인이 대신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도 B씨는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몸집이 컸던 A씨가 툭하면 친구들에게 돈을 요구하며 위협하기 일쑤였으나 B씨는 예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돌변했다. 휴대전화기 소액결제에 따른 청구서만 연거푸 돌아올 뿐 A씨로부터 돈은 전달되지 않았다. B씨가 ‘더 이상 소액결제를 사용치 말라’고 요구하자, A씨는 “너 때문에 몇 천 만원 손해를 봤다. 변상하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게다가 B씨의 직장까지 찾아가 횡포를 부렸다. 강압을 이기지 못한 B씨는 아버지를 통해 A씨에게 400만원을 줬다. 그러나 A씨의 ‘적발하장’식 행태는 계속됐다. B씨는 결국 A씨를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쉽게 마무리될 것 같던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꼬이기 시작했다. 공갈·협박을 당했다고 고소했던 B씨가 막상 재판에서는 ‘A씨에게 채무가 있어 돈을 줄 의무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사건을 맡았던 강용묵(사법연수원 37기)·임현진(변호사 시험 9기) 광주지검 해남지청 검사는 사건을 원점부터 다시 수사할 수 밖에 없었다. 수사·재판상 B씨 답변은 180도 엇갈렸다. B씨는 ‘왜 공갈을 당했다는 식으로 고소장을 작성했냐’는 질문에도 입을 다물었다.

두 검사는 A씨가 B씨에게 위증을 요구했거나, B씨가 무고로 A씨를 고소했다는 두 가기 가정을 세웠다. 특히 통신영장 청구를 통해 재판 시점 직전 두 사람이 통화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임 검사는 “A·B씨는 해당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져 전화를 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증인으로 소환되기 전까지는 6개월 정도 연락하지 않다가 재판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통화가 이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검찰은 곧장 A씨 휴대전화기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B씨도 본인이 위증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스스로 휴대전화기를 제출했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수사한 결과 검찰은 A씨가 B씨에게 위증의 대가로 변제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A씨가 계속적으로 협박하는 등 가스라이팅을 통해 해당 변제금조차 주지 않고 합의서 작성을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각종 증거에도 A씨는 협박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변호인을 통해 합의가 진행 중이라며 위증 강요 사실은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임 검사가 수사를 통해 객관적 증거를 연이어 제시하자, A씨는 위증 교사 혐의를 인정했고, 결국 구속 기소됐다. B씨도 위증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에 대해 위증 교사 혐의로 징역 6개월을, 기존 공갈·협박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B씨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현재 사건은 항소가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에서 나타난 지속적인 협박과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한 위증교사를 형을 정하는데 최우선 요소로 봤다. A씨는 B씨 이외에 다른 친구들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벌였다. 피해액이 8000만 원인 친구도 있었다. A씨는 구속돼 기소되는 과정에서 형량을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B씨를 포함한 대다수 피해자에게 변제를 해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임 검사는 “A씨가 재판 과정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 다 합의를 했지만 법원에서는 그간 경위가 나쁘다고 판단해 생각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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