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솟는 공사비 상승을 막기 위해 최근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중국산 등 해외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는 것과 골재 채취원 확대로 모인다. 해외에서 수입한 시멘트의 품질 안정을 위해 KS인증 등을 통해 검증하겠다고 한다. 또 신규 채취원 감소로 공급 여건이 악화된 골재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바다와 산림 골재도 허용한다. 아울러 건설 인력 수급 개선을 위해 비숙련 외국 인력의 현장 간 이동을 동일 사업주에 한해 탄력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통해 연평균 8.5%에 달했던 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2% 안팎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사비 상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3년 127.90을 기록해 3년 동안 27.9%나 뛰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 비용이 증가하면서 최근 3년간 공사비는 급등세를 보였다.
정부가 2020년부터 불거진 공사비 상승 이후 뒤늦게나마 공사비 대책을 내놓은 것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맨 중견 건설 업계의 원가율이 95%에 달할 정도다. 올 상반기 주요 중견 건설사 10곳의 평균 원가율(상반기 기준)은 2021년 87.4%에서 2022년 90%를 넘어선 후 올해에는 94.3%로 높아졌다. 건설 업계는 매출 대비 원가 비율을 의미하는 원가율의 적정 수준을 80%대로 보고 있다.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상반기에 흑자를 기록한 건설사 중 올해 적자로 전환한 건설사가 한두 곳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된 지 오래다.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지만 조합이 거부하면서 공사 중지를 예고한 사업장도 부지기수다. 더욱이 이 같은 공사비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조합과 시공사 간 계약이 취소된 현장도 잇따르고 있다.
공공공사도 마찬가지다. 공사비 부담에 공회전만 거듭하는 공공공사도 수두룩하다.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위례신사선(경전철)의 경우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발을 빼면서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립 사업 역시 이미 네 차례나 부지 조성 공사가 유찰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 분양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6월 수도방위사령부 부지 공공 분양주택에 대해 사전 청약을 받을 당시 추정 분양 가격(전용 59㎡ 기준)으로 8억 7225만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한 최종 분양 가격은 9억 5202만 원에 달해 9.1%(7977만 원)나 올랐다. 더 큰 문제는 올해 11월 선정되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아파트 단지들이 공사를 시작하면 조합원 분양가는 물론 일반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중국산 시멘트 수입 지원과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현장 간 이동 허용 등의 대책으로는 공사비 상승을 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설 단체들이 정부 대책을 놓고 환영의 목소리를 낸 것은 정부 대책으로 공사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의 문제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과 키 맞추기로 인한 인근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조합에 과도한 기부채납 등을 줄여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기부채납 비율을 줄여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 도심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공급 부족을 야기해 집값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 공사비 상승은 정비사업 수익성뿐만 아니라 신규 주택 공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한없이 늘어지는 공공공사의 지연을 막기 위해 ‘찔끔’ 공사비 인상 대신 적정 사업비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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