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미국 사업 비중이 높지만 유럽에 상장돼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찾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영국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 프랑스의 슈나이더일렉트릭, 덴마크의 거대 제약 기업 노보노디스크 등이 꼽힌다. BAE시스템스는 매출의 약 절반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고 다이어트약 관련 베스트셀러인 오젬픽과 위고비 등을 파는 노보노디스크는 매출의 60%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나온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BAE시스템스의 주가는 올 들어 17%, 슈나이더일렉트릭은 29%, 노보노디스크는 11% 상승했다. 다만 같은 업종의 다른 미국 기업에 비해서는 상승률이 낮았다. 가령 미국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와 경쟁하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올 들어 51%나 폭등했다.
미국 금융사인 캐피털그룹의 스티븐 스미스 주식투자이사는 “유럽의 제약·반도체 기업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며 “이러한 기업들의 주식이 미국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주피터자산관리의 필 매카트니 유럽 주식 부문 펀드매니저도 “신용평가사 엑스피리언, 슈나이더일렉트릭, 소프트웨어 업체 SAP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추가 금리 인하에도 혜택을 입을 기업”이라고 꼽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역시 올 7월 노보노디스크·BAE시스템스
·스텔란티스 등을 포함해 미국 사업 비중이 높은 45개 유럽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권고했다. 이들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라는 분석이었다. FT는 “이후 골드만삭스가 이들 주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매수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하향 조정했지만 이들 기업의 PER은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PER은 수치가 낮을수록 회사가 거둔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뜻으로 그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달 4일 나온 미국의 9월 비농업 고용이 전월보다 25만 4000명 늘어 시장의 예상(14만 7000명)을 크게 웃도는 등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사업 비중이 크지만 저평가된 유럽 기업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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