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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지지율 1%P만 바뀌어도 승자 달라져…'부시 VS 고어' 재연되나 [美대선 한달앞]

■해리스-트럼프 러스트벨트 초접전

7개 경합주 선거인단 총 93명

표심 향방에 최종 승부 판가름

두후보 자금·인력 등 화력집중

CNN "유례 없는 치열한 선거"

선거인단 최소격차 승부 가능성





1964년부터 2020년까지 열다섯 번의 미국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5%포인트 이상 앞서는 기간이 최소 3주 이상 있었다. 하지만 올해 미 대선에서는 한 후보가 5%포인트 이상 앞서는 날을 단 하루도 찾아보기 힘들다. CNN의 선거분석가 해리 엔튼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선거”라면서 “7개 경합주 어디서든 1%포인트 지지율만 바뀌어도 최종 승자가 뒤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월 5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판세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초박빙 양상이다. 승부를 가를 7개 경합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2.5%) 안에 있다. 올 7월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 이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우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승부가 백중지세다.

해리스 226, 트럼프 219…매직넘버는 ‘270’

미 대선 사이트 ‘270투윈’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간) 현재 미국 50개 주에서 해리스가 확실히 확보한 선거인단은 226명,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19명으로 추산된다. 아직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7개 경합주는 펜실베이니아(19명), 미시간(15), 위스콘신(10)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와 조지아(16), 노스캐롤라이나(16), 애리조나(11), 네바다(6) 등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로 나뉘는데 여기에 배정된 선거인단이 총 93명이다.

미국 대선은 각 주에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구조다. 대부분의 주는 1%라도 표를 더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제’를 택한다. 이에 따라 경합주가 7곳이라는 가정 아래 해리스는 44명, 트럼프는 51명의 선거인단을 추가로 확보해야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

백악관 입성의 는 펜실베이니아

선거 전문가들은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해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이견이 없다. 펜실베이니아를 잃는 경우에도 승리할 수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 다른 러스트벨트 지역 중 한 곳 또는 전부를 차지해야 한다. 해리스가 선벨트 4개 주를 모두 이기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 러스트벨트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의미다.



펜실베이니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2016년 성난 블루칼라 백인 남성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줬고 트럼프가 승리를 거머쥐는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2020년에는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 출신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이 지역을 되찾아오면서 트럼프의 재선을 막았다. ‘펜실베이니아를 잡는 후보가 결국 대통령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러스트벨트 잃고 당선은 사실상 불가능

해리스 입장에서는 펜실베이니아를 빼앗길 경우 백악관으로 가는 경로가 매우 험난해진다. 펜실베이니아를 사수하지 못하면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온 선벨트인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등에서 적어도 두 곳 이상 승리하지 않으면 당선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선벨트를 모두 빼앗기더라도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를 모두 차지할 경우 270명의 매직넘버를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길에 대통령직 전체를 베팅하는 것은 위험한 조치”라고 짚었다.

트럼프는 2016년처럼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할 경우 백악관에 수월하게 재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른 경합주를 모두 지더라도 공화당 강세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만 승리해도 매직넘버를 확보한다. 반면 펜실베이니아를 놓칠 경우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인 북동부 러스트벨트 중 한 곳 이상을 차지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가 8년 전처럼 성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재결집을 유도하는 이유다.

조지 부시 VS 앨 고어 이후 최대 접전될 듯

승리 방정식이 명확한 만큼 해리스와 트럼프는 남은 한 달간 펜실베이니아·미시간 등 러스트벨트에 인력과 자금 등 모든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데이터 업체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는 9월 말 기준 펜실베이니아 한 곳에만 각각 7600만 달러, 6100만 달러 규모의 광고를 예약했다. 두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 쏟아붓는 광고 물량(1억 3700만 달러)은 7개 경합주 전체 대선 광고의 4분의 1에 달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2000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 간의 승부 이후 최대 접전이 될 것이라며 단 한 개 주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당시에는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0.01% 이내 초접전 상황이 벌어지면서 대권의 향방이 연방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부시는 최종적으로 총 271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이는 1876년 이후 가장 적은 선거인단 격차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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