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학교 교사들에게 여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공무원들의 부패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2003년부터 실시된 이 조치는 최근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물론 국유기업에 근무하는 일반 직원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FT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6개 도시 교육부는 “올해부터 ‘개인 해외여행관리’ 제도의 적용 범위가 유치원, 초·중·고교 및 대학교, 지방정부, 국유기업에 근무하는 일반 직원까지 확대됐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 ‘개인 해외여행 관리’는 중국 정부가 2003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중국 지방정부는 이 제도에 따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여권 정보를 수집해 누가, 얼마나 자주, 어디로 해외여행을 가는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제도는 지방정부가 해외여행에 대한 자체 규칙도 설정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만약 여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가 없이 해외여행을 떠나면 추후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 당국의 부패 방지 기관에 회부돼 2~5년 동안 여행이 금지될 수도 있다.
해당 제도는 당초 기밀정보를 주로 접하는 중간·고위급 공무원의 해외여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회 통제를 강화하면서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티베트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일부 지역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현지 주민 또는 교사들의 해외여행이 제한됐으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종료 후 여행 제한이 해제되자 이전보다 많은 도시의 교사·공무원들에게도 해당 제도가 적용되기 시작됐다. FT는 “일부 지역 교사들은 10년 이상 여행의 자유를 잃었다”며 “개인 해외여행 관리 제도는 올 여름부터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교사들의 해외여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집권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주는 정치·사상 교육이 잘못될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교사들이 잦은 해외여행을 할 경우 공산당에 반하는 이념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동부도시 원저우 오하이구 교육국이 지난 3월 공지한 새로운 ‘교사들을 위한 사전 여행 지침’을 보면 교사들은 여행시 당국에서 금지하고 있는 파룬궁의 영적 운동이나 기타 적대적인 외국 세력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올해 국유기업 직원에 대한 해외여행 통제도 강화했다. 외국 스파이 활동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이 확대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